- 언어의 정원 윤슬 윤슬 명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유의어 | 물비늘 ▶ 화운의 시선 빛을 온전히 직시하는 것은 눈이 아프고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하는 햇빛과 밤을 온전히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은 물결에 반짝이면 직시해도 아프지 않다. 물결에 일렁이는 빛은 우리에게 흘러가는 빛의 아름다움과 영감을 선사한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빛이란 존재가 일렁이는 윤슬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이 찬란하고 위대한 이유 또한 존재 자체가 빛이 나지만 아름답게 삶의 굴곡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더보기
- 시인의 시선 빗자루질 살포시 추락한 낙엽들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아직 위태롭게 매달린 잎새들이 죽음을 준비를 한다 낙엽들은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그곳은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까 낙엽 하나를 주워 책 사이에 끼우고 조용히 가슴팍에 밀어넣으며 적막한 마음속에서 빗자루질을 해본다 외로이 버려진 이들의 붉은 빛 마음이 바스러지지 않고 제 마음에 쓸어 담아 안을 수 있기를 더보기
- 화운 에세이 겨울 밤공기는 무슨 색인가요 더보기
시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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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민들레씨 잘가요, 잘떠나가요 바람이 불었으니 가야할 때인거죠 어디로 가든 얼마나 가든 포근한 땅에 안겨 노란빛 꿈을 피우세요 우리가 부는 바람에 당신은 더 높이 날아갈거예요 민들레씨처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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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스케치북 물감이 쏟아졌나봐요 어쩜 이리도 세상은 다채로운지요 제가 울면 수채화가 됩니다 모든 것이 조화로워져요 물감을 다 써버리면 어떡하죠 아직 마음을 다 그리지 못했는데 그대는 강렬히 묻어나는데 저는 무슨 색이 되어야 하는지 당신도 저를 그리고 있나요 스케치북 같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그리고 있나요 살랑이는 마음의 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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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가방 어딜가든 가방을 메고 갑니다 오늘 하루를 넣어봅니다 제법 무거운 오늘입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하루를 짊어집니다 한가득 부풀어 오른 가방은 그의 꿈의 크기일까요 쳐진 어깨 위 무거운 가방은 그의 삶의 무게일까요 가방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그들의 가려진 등을 상상하며 열어봅니다 나의 꿈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나의 삶은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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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계절 사이 어슴푸레 풍기는 계절의 존재감 봄의 무지개를 닳은 완연한 꽃 여름의 싱그러운 푸른 숲 가을의 무르익은 단풍 겨울의 아련한 눈꽃 그 사이사이 풍기는 어떤, 그 사람의 향기 환절기마다 감기를 앓는 건 계절을 잇는 그사람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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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냉장고에 들어갔다 작별은 늘 친숙하지 않으니 오늘 같은 노란빛깔 세상에서도 나는 냉장고에 들어갔다 눈밑엔 여린 성에가 끼고 무거운 마음은 고드름이 된다 꽃샘추위가 따스한 봄 어느날 얼어붙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생생한 마음은 유통기한이 있는지 냉장고가 아늑해져버린 날 나는 냉장고에서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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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공중전화기 전봇대 옆에 기울어진 채로 낡고 텅빈 공중전화기를 봤어요 닳고 바랜 버튼엔 사연이 얼룩덜룩 묻어 있을 것입니다 수화기를 들어 주인 없는 어느 공중전화기에 전화를 걸어요 끊이지 않는 신호음 사이로 이어지지 못한 말들을 흩뿌립니다 딸깍 여보세요 누군가의 조건 없는 안녕은 이리도 반갑고 애절합니다 아무토록 행복하세요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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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열차 다음 열차가 온다며 섣부른 작별을 고하는 당신 문은 닫히고 야속하게도 빠르게 멀리 달려갔지요 승강장이 꽤 길고 넓어요 몇번이고 보내고 지나쳐 만났던 당신인데 어찌 제 손이 아닌 휘청이는 손잡이만 잡나요 저는 언제 이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갈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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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흐드러지다 떠나지 못한 한낮의 숨결은 눅눅한 달을 머금은 밤구름이 된다 짓눌린 밤공기를 한움큼 마시며 바람이 되지 못한 마음을 옅본다 한숨 한숨 헤집으면 떠도는 아우성 그들의 울음을 모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외로운 마음들이 흐드러진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흐드러진다 만발한 남겨진 것들을 위로할수록 여린 나의 마음 또한 흐드러진다 피어나는 모든 건 고독을 맺고 남겨지는 모든 건 해방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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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맹인 희도씨, 저는 눈을 보는 것이 무섭습니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과 생각들도 눈에선 글이 되어 보여지기 때문이죠. 저 또한 그런 눈을 무의식적으로 쓰곤 하기에, 언제나 마음의 문을 잘 열고 닫으려고 합니다. 저는 모든 것에 진심을 다한다면 결국 알아봐줄 거라고, 좀 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언젠가라는 건 너무나도 막연합니다. 쉽게 정을 주지 않아야 할까요. 회사에서의 관계는 결국 회사사람일 뿐이라는 경계선이 눈에서 비춰질 때면, 바보같이 마음을 쓴 것 같아 제 자신이 안쓰러워집니다. 아꼈던 친구에게도 모진 말들을 들을 때면 눈빛은 살을 애는 눈보라 같았습니다. 제 진심이 제대로 닿지 않아서일까요. 마음이란, 사람이란, 결국 이기적인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매우 궁금한 요즘입니다.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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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구구절절 적절함과 적당함을 놓친 마음은 구구절절 석양이 지는 그림자처럼 늘어지는 말들, 길어지는 사연들 마침표를 빼앗긴 낱말들 나는 끝이 물렁한 찰흙 같습니다 간단 명료한 마음은 찰나의 노을빛처럼 찬란한가요 밤이 깊은 마음은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맴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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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장바구니 먹고 사는 모든 일은 텅빈 장바구니에서 시작한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이 또한 경사가 아니겠냐며 식구들을 위해 한가득 장거리를 담아 구수한 마음 한끼 담아오시네 부스스 달그락 거리는 어머니의 반가운 장바구니 소리 한숟갈 떠먹는 국물에 아른거리는 가족이라는 진한 풍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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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바늘 예리한 바늘은 망설임없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이어주는구나 나 또한 심장 언저리 벌어진 틈을 찔려야 당신에게 이어갈 수 있을까 이왕이면 이어져도 아프지 않을 당신의 틈으로 들어가고 싶지 단단한 매듭으로 만나고 싶어 고운 명주실로 손을 내어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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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통증 아프면 참지말고 약 먹어 병원은 멀고 상비약은 떨어지고 없어 돌팔이 의사의 시간이란 처방전으로 버텨보는 날입니다 육체적 통증은 이리도 나를 나약하고 허름하게 만듭니다 소리없이 찾는 이름이 아려옵니다 시곗바늘은 무겁고 마음의 영혼은 가벼워져 가고 이름은 뜨거운 열병 같고 아파도 부를 수 없는 이름을 먹으며 통증에 위로를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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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커튼콜 쏟아지는 박수갈채의 소나기를 맞으며 무대를 오릅니다 막이 내리며 밤이 올라옵니다 스포트라이트 하나를 별로 띄워 객석에 앉아 밤을 바라보며 열대야 같은 삶을 그려봅니다 뜨거운 마음이 내리쬐는 하늘과 장마처럼 끊이지 않는 환호와 푸른 산호초같은 감동이 있는 삶 그늘이 짙은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산없이 소나기를 맞고 있습니다 안녕. 내일 그리고 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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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더 늦기 전에 도망가세요 답을 알 수 없는 날들이라면 더 늦기 전에 도망가세요 지금의 당신으로부터 그곳의 당신을 향해 가본 적 없는 길을 걸어보며 걸어온 길의 선물을 바라보며 기대하세요 오늘 걸었기에 내일이 있는 당신을 살아가세요 지금을 사랑할 수 있는 당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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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파란 새벽 세상에 같은 색은 없다는 걸 밝아오는 파랑으로 물든 새벽을 보며 알았습니다 이른 시간에도 더 눈부신 오렌지빛 조명을 키는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파랑에 슬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단아한 구름일 것입니다 에메랄드빛 파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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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아침 일기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낼지는 제가 정하고 싶었습니다 새벽 날개가 어렴풋이 돋는 시간에 반듯한 펜으로 일기를 씁니다 잘 해낼 테니 괜찮을 하루입니다 수첩을 덮고 문밖을 나섭니다 새벽 날개를 등에 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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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접몽 식은땀이 소나기 같은 밤 꿈을 꿰뚫은 생각의 송곳니 어서 도망가야만 해 역풍을 맞으며 넘어지던 내게 멋대로 꿈에 들어온 그대 꿈은 출구 없는 미로입니다 달아나고 싶어요 벗어나고 싶어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바닷속처럼 흐릿하게 퍼지는 목소리 깨어나요 일어나요 이겨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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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부화 깨고 나와야지 부수고 나와야만 하지 알 껍질은 두껍고 안은 작고 어두운 문 닫힌 동굴 펼쳐 날아야지 떨어져보아야 날 수 있지 추락하는 웅크린 몸과 이상을 향해 펼치는 마음 깨어나야 빛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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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암초 삶은 혹독한 겨울바다를 뚫고 낙원을 향해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항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눈보라에 얼어붙지않도록 꼬옥 품에 안으며 빙하를 깨부수며 나아갑니다. 이따금씩 빙산에 닻을 내리고 심장을 조금 떼어내어 불씨를 심어줍니다. 따스한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건만 뒤돌아 바라보면 풀숲을 태워버린 산불같은 때가 있습니다. 나는 다시 작아진 옅은 온기의 심장을 꽉 쥐고 무거운 걸음을 걸어갑니다. 마음은 쉽게 주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나의 봄을 한 조각씩 떼어 심어 사람들과의 여름을 기대해보지만 초겨울에 머무르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신이시여, 고독은 필연입니까. 바다는 넓고, 세상은 넓은데 사랑과 정이 있는 낙원은 늘 수평선에 걸쳐 있는 것만 같고, 사람에게, 사랑에게 갈망하는 심장은 추위에..
월간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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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1월호] 시의 장례식 너를 위한 무수한 말들은 매 순간 너라는 존재로부터 생기를 받아 태어난다 공책에 써내려가 이름을 붙여보며 사랑스러운 문장에 담아내어 본다 하고 싶은 말은 끝없이 태어나는데 네 앞에 걸어가는 순간 하얀 땅속으로 묻힌다 매일 밤 나는 죽어버린 문장들을 위해 조문객 하나 없는 장례식을 치른다 네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던 이들이여, 용기가 없는 나를 용서해 주길 찢기고 타들어가는 공책들 앞에 심심한 위로의 시로 향을 피워본다 이토록 네게 건네는 내 말들은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로만 담았으니 그대여, 지나간 내 시를 잊지 말아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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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2월호] 청과 시간의 의미는 무의미해지는 경계에서 계절을 부정하고 맺히는 너의 모습에 아마 일곱 빛깔의 태양이 뜨고 다채로운 맛의 햇살이 비치는 세상에서 너는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그러지 않고서야 네게서 풍기는 광리 같은 모습은 설명이 되지 않을 망상이 될 테니까 너의 싱그러움이 내 세상을 부정하지 겨울에도 화려한 여름향기가 나고 봄에도 무르익은 가을을 보여주거든 더 이상 과일가게에 갈 일이 없어도 삶에 너라는 비타민이 가득하겠지 너로 인해 맛과 향이 무르익은 삶 네가 있어 생명이 피어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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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3월호] 유리 꽃 나는 어디서나 피어나지 않아요 흙과 햇살, 비로 자라나지 않죠 아름다운 마음으로 피워주세요 나는 투명한 마음이 피운 유리 꽃 가시는 없지만 꽃잎을 조심해주세요 깨진 마음은 가시보다 날카로워요 향기는 나지 않지만 머금을 수 있어요 내게 향긋하게 다가와 주실 수 있나요 그대 내게 꽃말을 지어줄 수 있나요 사랑으로 속삭여주면 맑은 꽃잎들이 물들어 머금은 향기와 함께 피어날게요 유리 꽃잎에 비춰 맺히는 당신과 나의 사랑, 젊음, 그리움,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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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4월호] 사월의 팝콘 추위가 잠에 들고 사월의 온기가 깨어난다 하나둘 외투를 벗고 여린 사랑을 입는다 길거리가 분홍빛 설렘을 소리 없이 틔운다 너는 벚꽃을 보며 팝콘이 열렸다고 말했지 우린 누군가 봄을 훔쳐먹을 것처럼 서둘러 분홍빛 팝콘 더미 사이로 뛰어나갔다 우리 것도 아닌데, 마치 우릴 위해 핀 것처럼 무슨 맛일지 고개를 들어 먹는 시늉을 한다 떨어지는 팝콘 하나가 우리 사이로 내려 않는다 주워든 팝콘을 건네며 지지 않을 약속을 한다 벚꽃이 져도 우리는 팝콘처럼 사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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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5월호] 경작 눈을 뜨면 수많은 인파보다 광활한 논밭과 풀들을 보며 자라왔지 심고 가꾸면 돌아오는 그곳에서 우리들은 땅에, 마음에 꿈을 심었다 잦은 풍파가 우릴 지나갔지 그럼에도 너를 보면 푸른 새싹의 깊은 뿌리를 본다 네 꿈은 무엇을 먹고 자란걸까 우린 지금 꽃을 피웠을까 우린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어쩌면 가을이 오지 않았으면 해 그럼 계속 꿈을 꿀 수 있을테니 이제 꿈과 함께 행복도 키우자 행복도 아낌없이 가꾸자 언제 결실을 맺어 수확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의 경작을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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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6월호] 외발자전거 노을을 훔쳐 달아난 사람 언제부턴가 당신을 볼 때면 제게는 그런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황혼이 물드는 공원에서 분홍빛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당신은 마치 노을을 머금은 여행자 같습니다 당신이 그만큼 빛나기 때문일 겁니다 때로는 당신의 자전거는 외발자전거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만큼 행복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서툴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곡예가 되어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청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청춘이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외발자전거라고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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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7월호] 필연적 유성우 우연히 마주한 그녀가 별가루 한줌 흩날리지 않는 나의 밤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녀의 몸짓들이 나의 세계에 부딪혀 작은 손짓부터 옅은 미소, 별조각 같은 눈빛까지 하나하나 유성우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타닥타닥 황홀하게 타들어가는 빛줄기들이 내 마음에 광명의 씨앗으로 일구어져 재탄생하고 나의 세계는 가릴 수 없는 빛으로 매료된다 그녀는 어떤 이름의 행성일지 궁금해지는 밤의 무대 무수한 박수갈채와 스포트라이트가 가득할 것 같은 그녀라는 행성이 내 마음에 일으키는 강렬한 공연 이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그녀와 끝없는 마찰로 한평생 쏟아지는 유성우에 파묻히고 싶은 백야보다도 밝게 빛나는, 그런 밤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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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8월호] 하얀 식탁 너는 꼭 순수한 말만 해서 아침 햇살이 뽀얗게 스며드는 하얀 식탁 같고 늘 내게 신선하게 다가오니 산뜻한 드레싱이 반기는 하얀 접시의 샐러드 같아 너의 마음씨는 늘 따스하니 부드러운 온기가 피어나는 하얀 우유 한 잔 같지 네가 항상 하얗게 빛나는 건 보이지 않는 노력이란 세제와 마음이란 섬유 유연제의 덕분일까 너를 볼 때면 난 늘 어김없이 맑고 싱그러운 네 마음을 먹는다 이 하얀 식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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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9월호] 연과 바람, 바람 시원한 바람이 소매 끝자락을 스칠 때 너는 문득 연을 날려보자고 했지 얼마 만의 연날리기인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까마득하네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에도 너는 저 멀리 힘차게 날아가는구나 어릴 땐 왜 그리도 어려웠던 걸까 커버린 우리의 손에 쥐어진 연 하나가 살랑거리는 꼬리를 잡고 따라오라 하네 물레에 감긴 실이 끝이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도 연처럼 가벼워서 날았으면 해 걱정과 불안, 아픔은 벗어던지고 말이야 실 끄트머리로부터 조심스레 소중히 간직한 꿈을 실어 연으로 날려 보내보자 꿈을 향한 우리의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너와 나의 연은 끝없는 실로 이어져 바라는 세계로 날아갈 거야 그렇게 믿고 연을 날려보내자 마지막 실을 놓아주며 말없이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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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10월호] 밤길의 동행 제 밤길은 형형색색의 간판과 조명이 가득합니다 그 길에 홀로 걷는 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의 뒷모습엔 불빛 하나 비치지 않지만 축 늘어진 그림자가 당신의 발끝에 밟혔나 봅니다 당신은 굳이 이 그림자를 걷어오며 제 옆을 걷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걸음을 맞춰주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길을 동행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시나요 저는 이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버려졌습니다 사실, 당신에게도 버려질까 두렵습니다 먼 길을 가야 하기에 상처를 가리고 걷는 제게 당신은 따스한 걸음은 제 상처를 부정합니다 말없이 함께 걷는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해주실 수 있나요 당신의 발자국엔 어떤 밤길이 담겨 있나요 아무도 없는 이 밤길에 당신의 온기가 아침을 불러옵니다
언어의 정원
- 언어의 정원 시나브로 시나브로 부사 | 1.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화운의 시선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를 쫒는다. 변화는 긍정적일 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지만 어떤 결말이든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진다. 때로는 당장에 보이는 변화에 실망하기도 한다. 살면서 시작한 노력에 배신을 하지 않는 변화가 있다면, 시나브로의 의미처럼 당장에 보이지 않지만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일 것이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과 바람을 쐬면 결국 자라나야 할 시기에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시간은 걸리더라도 대체로 보이지 않는 변화는 최소한 0으로 수렴하지 않고, 마이너스로 하강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쉽게 보이지 않는 시나브로 변화를 느끼고 인지하며 변화의 자극적이지 않는 수수한 맛을 즐기곤..
- 언어의 정원 산책 산책 명사 | 1.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 화운의 시선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라는 어느 산책을 하지 않는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산책을 하다가 멈춰 서서 풍경과 주변, 더 나아가 내면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또한 산책이라고 한다. 나아간다는 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나아가면서 가끔은,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정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언어의 정원 윤슬 윤슬 명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유의어 | 물비늘 ▶ 화운의 시선 빛을 온전히 직시하는 것은 눈이 아프고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하는 햇빛과 밤을 온전히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은 물결에 반짝이면 직시해도 아프지 않다. 물결에 일렁이는 빛은 우리에게 흘러가는 빛의 아름다움과 영감을 선사한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빛이란 존재가 일렁이는 윤슬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이 찬란하고 위대한 이유 또한 존재 자체가 빛이 나지만 아름답게 삶의 굴곡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 언어의 정원 볕뉘 볕뉘 1. 명사 |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명사 |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3. 명사 |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 화운의 시선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풍경 중의 하나가 그늘진 곳에미치는 조그마한 햇볕 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그늘과 그림자를 부정적인 무언가로 상징하고 인지하곤 한다. 인생에 항상 행복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굴곡은 우리를 성장시키곤 한다. 우리가 볕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운명이든, 자연의 섭리든, 그 어떤 이유든 간에 삶의 명암이 적절한 조화와 상생은 여러 의미로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