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시선 김밥에 단무지는 빼주세요 김밥집에 들러 빼곡한 메뉴판을 본다대부분의 음식들을 여기서 먹을 수 있지만늘 먹는 건 가장 보통의 김밥 뿐이다열가지가 넘는 종류이지만 그냥 김밥을 응원한다참치김밥 소세지김밥 누드김밥어묵김밥 돈까스김밥 치즈김밥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천하무적의 그냥 그런 존재그래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단단함거추장스런 포장지도 필요없는 순수함어느 김밥집을 가던 단무지는 빼달라고 말한다한입 베어 물면 기둥이 바스러지듯 소리가 난다오랜시간 물든 노오란 혈류를 쏟아내며 운다적막할때 자주 먹는 김밥이니까 소리마저 삼킨다김밥속 재료들은 어울리고 있는 걸까김과 밥때문에 어울려져 있는 걸까유난히 단맛의 주장이 강한 단무지가 미워진다어떤 날엔 괜히 잘 말린 김밥을 해체한다하나씩 속재료를 맛보며 해부하고 해석한다이따금씩 옆구리 .. 더보기
  • 시인의 시선 욕조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웠다 몸을 담가 나를 확인하는 시간 흘러넘치는 만큼 나는 존재해 움직이는 만큼 살아나는 물결 나를 조금 더 보고 싶어 조금 더 물을 채우고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물장구를 치는 만큼 더 노력하는 거라는 배수구로 물이 빠지는 소리 울려 퍼지는 소용돌이 나는 그보다도 조용히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울고 그렇다고 욕조가 흘러넘치지는 않지만 마개를 열어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숨을 참고 욕조에 누워 모든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도하면 더 이상 흘러넘치지 않는 욕조 닫히지 않는 수도꼭지 이제는 떠오르지 않고 흘러넘치지 않고 여전히 나를 떠올리고 싶지만 과분한 내가 되고 싶지만 더보기

시인의 시선

월간 운치

가끔 에세이도 씁니다

언어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