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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이토록 요란한 고요
새벽 길은 음소거된 마음이명료한 고백을 외치는 걸음으로 분주하다희미한 불빛의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전화번호를 누르지 않고 수화기를 들면잔류된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아온다이 시간 만큼은 표류된 고백을소홀히 외면하고 싶지 않으므로입술은 굳건히 닫고 귀를 연다나만 들을 수 있고 흘러나가지 않으니고백은 오늘도 일기가 되겠구나요란하게 고요함이 축적되면멈춰서 있던 만큼의 시간을 더 살게 된다신호음이 심장의 맥박소리와주파수를 맞출 때 즈음 수화기를 닫으며그곳에 고여있던 나를 놓고 온다주머니속 반창고를 손등에 붙이며두고온 나에게 안녕, 손짓 해본다이토록 요란한 새벽에 걷고 걷다보면바람의 숨결은 명백하고 달빛은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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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주머니 속 우주
걸어가는데 툭툭 허벅지에 부닥치는 것이 있네꼬깃꼬깃 육중하게 말라붙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손바닥에 한가득 잡히다가도손가락 사이로 쏟아지는 것들손끝으로 어루만지면 우주처럼 퍼지는 것들주먹을 쥐었다 펼치면 팽창하는 공허처럼조금 들어있는 건 꽤 가져보았던 것이고소홀했던 것들이 들추면 깊숙이 멀어지네광활한 우주 속 별들을 하나씩 꺼내본다추운 날 자판기 커피를 사고 남은 몇백 원무리하게 묶다 끊어진 고무줄몽당연필만이 읽어주는 구겨진 편지희도야, 사람은 저마다 우주여행을 한대팽창하는 우주라서 별들은 이별한다는데우리는 다른 행성에 착륙한 거야주머니 속을 휘저으면너와 나의 별들이 이별한다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건달랐던 우리의 끝맺음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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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적색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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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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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네 이름들 앞에서 투명하게 울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낙엽의 우는 소리 이름 없는 발자국에 밟혀 새벽종처럼 울며 바람보다 먼저 내게 불어온다 네가 여름밤 지저귀던 휘파람 같다가도 나지막이 걸어오는 네 안온한 숨소리였다가도 어느새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나를 일으키니 우는 것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부는 것은 가슴이 벅찬 일이지 오는 것은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은 그 무엇 아직 힘껏 운 적도 불어본 적도 없으니 당신은 불러보고 싶은 모든 이름이 된다 매 순간이 되는 너를 나는 무어라 부를까 고민하다 끝내 이름 없는 발자국으로 온다 네가 오지 않을 곳에 낙엽이 무성하니 이토록 많은 걸음에 너를 듣는다 네가 오지 않은 곳에 백야에 뜬 별처럼 반짝이며 네 이름들 앞에서 투명하게 울었다 이 적막한 포효 어떤 소란스러운 고요 이 모든 게 동시에 들리는.. -
시인의 시선 책갈피 네가 지나치지 못하는 문장이 되고 싶다고요한 밤에 내린 유성비 갠 오후 창가에 물든 무지개해변의 소란스러운 폭죽처럼어느 적막한 일기에빼곡히 적어두는 안부 같은 것이다마침표 없는 마음을고스란히 쉼표에 숨겨둘지언정쓰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잠시 머무는 어느 여름같이한 순간이라도 당신 눈가에뜨겁게 내려앉고 싶다 -
시인의 시선 투명한 시선 통찰하면 사라지기도 한다보고 있노라면 어딘가로 가려한다지우는 것과 삭제는 다르다잊는 것과 망각은 같지 않다잃는 것과 분실은 양각 같은 것이다조금만 더 다정하게 작별할까매정한 안녕을 말할까불평등하게 기우는 삶온전히 쏟아지는 시간을 본다무엇으로든너는 투명에 가까워지려한다 -
시인의 시선 초록 도화지 이 여름을 이해해 보며 도화지는 백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풀숲에 드문드문 핀 꽃 녹음이 무성한 담벼락에서 봤습니다빛과 그림자만이 보여주는 것 바람결 따라 살아있는 것을 보며 평생 영원을 바라보겠지만 불분명한 지금을 그리겠구나 여름이 던진 초록빛 도화지에 더 많은 것을 그릴 수 있지요무엇이든 꽃처럼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조차도 열매처럼 무르익으며 무엇을 바라던 이듬해 가을이 오면 나는 자라겠구나 이른 낙엽에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무화과 숲으로 걸어가는 기분 가슴속에 꽃을 간직한 채로무엇이든 그려보겠다며 -
시인의 시선 모난 눈빛과 둥근 어깨 모래가 되기 전엔 누구나 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모인 것처럼 몽돌해변은 돌의 순례길인 것처럼 너무 많은 돌들이 돌아올 수 없는 곳을 향해 어쩌면 돌아오지 않기 위해 파도의 손바닥을 등지는 돌들은 납작 엎드려 경건한 기도를 하듯 그러나 파도가 할퀴어도 스러지지 않고 모난 바위 하나 없이 모두가 둥근 어깨와 등을 맞대며 날이 선 죄를 씻고 있다 날카로운 어깨와 예리한 가슴 서늘한 눈빛으로 점철된 나는 몇 겹의 파도를 지나면 둥글어질 수 있나요 보는 파도는 무섭지 않습니다만 맨발로 발목까지 마주하는 건 두렵습니다 아픔을 보듬어주기엔 아직 손톱만 한 조약돌도 따갑습니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물보라가 매섭습니다 수많은 돌들이 발목을 끌어당깁니다 뜨겁게 발등을 감싸주던 모래알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만, 그렇지만.. -
시인의 시선 목이 긴 빛 돌아가는 중입니다길에는 가로등이 많습니다목이 긴 빛들의 묵념따라 걸어가며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싶은데나만의 온기였으면 하는데그림자도 위로 받고 싶은 길빈집은 밤하늘 보다 넓지밤의 목덜미에 누워눈을 감으면베개 곁으로 찾아오는 빛넓은 어깨로 옆에 눕는 빛너무 밝다는많이 그립다는그런 생각 -
시인의 시선 반딧불이의 꿈 별이 진 나무에 보름달이 자주 걸린다외로이 핀 둥근 샛노란 잎언제 내게 떨어지나달빛 아래 서성이면 조각 난 별 하나 바스러진다빛을 움켜쥐면 꼭 그런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고스란히 주머니에 담아 밤길을 달린다나는 반딧불이 나는 반딧불이회색도시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눈부신겨울나무에 핀 달꽃을 닮아 희미하게 따스한그 많던 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거야달리고 달려도 빛은 조금씩 숨죽여 이불을 덮고그림자는 자장 자장 끝 없는 잠을 불러오네그루터기에 앉아 스르르 눈을 감자나뭇가지에 걸린 달잎 하나 낙화한다손등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별의 안부같아마지막 빛이었던 네가 다시금 떠오르고나는 또 다시 별을 쥐고 달릴 것만 같아 -
시인의 시선 문을 여는 집 다음 시험은 잘 보고 싶어 동네 작은 서점에 가서 손때 묻은 문제집을 산다 중고서적이라 문제마다 답이 찍혀 있고 그 아래 휘갈겨 쓴 풀이와 공식들 어쩌면 난해한 건 문제가 아닌 다른 것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문제집을 산 내가 문제라면 먼저 문제를 푼 사람은 이 많은 답을 찾기 위해 몇 개의 몽당연필을 쥐었을까 지우개는 아무리 작아도 없어지지 않고 해설지는 깨끗한 걸 보니 공부는 잘했나 보다 싶었지만 문제집엔 비가 많이 내려 우산 없이 비를 피하는 날이 잦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스스로 비를 내렸구나 문제마다 찍힌 답들을 피해 해설지를 자주 들여다본다 답은 명료한데 해설은 못 지킨 약속처럼 늘어지네 정답은 없고 해답은 있는 것이 괴로울 수 있다면 채점은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어 빼곡히 매겨진 나의.. -
시인의 시선 은행나무별 하얀 달이 잠긴 한낮에 밤길을 걷자고 합니다 아니,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로수길에 줄지어선 은행나무들은 별자리 같고 그 아래 떨어진 잎들은 이름 없는 별이 되었습니다 푸른 밤 가로등 불빛을 머금은 은행나무 아래 작은 우주를 나란히 걷습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떠오르는 무언가는 이내 고요한 폭발을 일으키며 별이 될 것 같습니다 샛노란 은행나무잎 하나를 주워 우리가 함께 노래한 시집에 꽂습니다 두고두고 읽어도 빛을 잃지 않는 별이 내려앉았습니다 별이 산산조각 나서 유성우가 되는 얘기는 들었어도 두 별이 하나의 별이 된다는 말은 생소해서 우린 별이 될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달의 뒤편에 닿을 때 즈음 발바닥에 별 하나 붙었어요 운석이 마구 떨어진 모양이었죠 우리의 발자국을 남겨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인의 시선 어두워지고 싶다면 밝은 곳으로 가시오 밤이 빨리 찾아오면 괜스레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조금 더 숨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 가로등 뒤, 불 꺼진 가게 밑, 행인의 그림자 속 가장 밝은 곳으로 가야 완벽히 숨을 수 있다 큰 등잔 밑으로 가면 쉽게 불러보았던 이름들이 숨어 있다 그중에선 꺼내본 적 없는 내가 있어 촛불로 불을 밝히면 더 낮은 곳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나를 마주하기 위해 고민한다 덩달아 검정이 되어 심연으로 갈까 부끄러운 나를 등에 업고 이 절벽을 오를까 밤은 언제 물러가나요 (곧 또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아침은 밤보다 강한가요 (밤을 견딘 우리는 자격이 있습니다) 등잔 밑이 점점 밝아오고 있다 저 밑에서 불씨를 안고 올라오는 내가 있다 이것은 잿속에 숨어도 꺼질 줄 모르는 희망, 구원, 용서, 시작 그 무언가의 이름들 -
시인의 시선 음악 수업 오늘은 악기 연주 수행평가 하는 날외딴 곳에 격리된 음악 수업교실로저마다 악기를 가지고 우르르 간다리코더 아코디언 트라이앵글캐스터네츠 소고 장구오카리나 하모니카 클라리넷야, 너 피아노 가져온다며그러는 너는 드럼은 어디있어?선생님의 교탁을 두드리는 소리에일제히 오케스트라처럼 침묵, 그리고 시작그리고 보기좋게 울려퍼지는 실수유성처럼 빗금을 그으며 떨어지는 채점교과서 뒤로 숨은 웃음소리는 만점지휘를 포기한 선생님도 덩달아 웃는다창문 너머로 한적한 운동장을 향해오합지졸의 하모니가 걸어간다교과서에 나온 악보를 벗어나우리는 무엇을 연주하고 싶었을까오선지에 그리고 있는 건 무엇이 될까학교 앞 횡단보도에 음표처럼 누워 노래한다들려주고 싶은 꿈과 듣고 싶은 꿈 사이에서 -
시인의 시선 새벽 걸음 눈동자에 맺힌 달빛도 집어삼킬 듯 어두운 골목을 걷는 기분 막다른 길이면 어떡하지 담벼락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유언 같은 낙서들이 말을 걸어오고 깊고 어두워질수록 길은 나뭇가지처럼 자라난다 걸어 들어오렴 빛도 구불구불 드나드는 길 그건 낮보다 밤에 더 명확해져서 발걸음은 새벽에 성큼성큼 종소리는 조용히 울려 퍼지고 나의 결심은 문고리를 당긴다 걸어 나아가렴 나지막이 속삭이는 새벽바람 어스름한 존재들 뒤로 밀려오는 아침 점점 분명해지는 삶의 이유들 나의 의지는 문턱을 넘는다 다른 길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
시인의 시선 무지개 벽화 희도씨 그거 아시나요무지개가 잦은 계절은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입니다그럼에도 자주 무지개를 봤다 하시니당신 눈에 긴 여름이 눌러앉았거나눈송이가 너무 여려서, 따뜻해서겨울비가 내리는구나 했지요여행자만이 찾아오는 달동네벽화마을에는 영원한 무지개가 뜹니다누군가는 마른 손바닥을 모아 기도합니다간절한 이에겐 맑은 날에도 찬란할 겁니다그런 희도씨를 그리며 걷는 밤길에조용히 가로등마다 작은 무지개가 떴습니다가슴에 무지개를 그리다 보면그 끝에서 걸어오는 당신이 아른거립니다무지막지하게도 아름다워서보름달을 보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
시인의 시선 단풍, 단꿈, 단지 도망쳐온 곳엔 돌부리가 많았습니다 큰 돌보다 작을수록 넘어지기 쉬웠어요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걸려 넘어져 보았습니까 뒤쫓아온 그대가 나의 하늘을 가렸고 단풍들이 우수수 머리 위로 쏟아졌어요 태양이 여리게 부서진다면 그때는 가을이겠구나 싶었고 그대가 내린 단풍들을 끌어안으면 당신은 꼭 태양처럼 뜨거워지고 찬 가을바람은 그래서 부는 거겠죠 아주 커다란 바위 같던 당신도 부서지고 무너지면 끝이겠거니 했건만 걷는 길마나 발에 차이는 생각, 당신 단지, 그건 넘을 수 없다기보다는 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라서 기꺼이 넘어지고 단풍을 기억합니다 -
시인의 시선 만년설 겨울은 간직한 모든 눈을 쏟아내는 걸까 폭설에 깊숙이 찍히는 마음은 금세 덮인다 누구도 다녀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수없이 문을 두드린 당신이 있다는 걸 안다) 쌓이면 쌓일수록 눈사람은 비대해져 선명하게 당신을 닮아가네 이를테면 더 이상 나뭇가지가 팔을 대신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둘러준 목도리가 목을 휘감을 수 없을 정도로 이른 봄 개나리의 어깨에 핀 눈꽃은 아직 털어내지 못한 당신의 안녕 같아 만년설은 쓰다 만 편지에 쌓인 지우개 가루 산사태에 파묻히면 얼어붙은 고백이 말을 건다 문득 궁금해버렸지 난 설산의 정상을 다 오르내리면 당신을 다 헤아릴 수 있는 것인지 여름빛깔에 잠시 희미해지던 사람아 구태여 끝끝내 살아남는 사랑아 모든 걸 쏟아부어도 다 내리지 못하는 겨울산속을 무던히도 걷고 걸었네 -
시인의 시선 지금껏 지금껏 사랑한 모든 것들은 불그스레한 밤의 낯빛 좋아하면 사라질까 봐 마음을 별에게만 속삭이면 별빛은 찬란하다 오늘 밤 별이 많다는 당신 곁에도 별 하나 떠 있습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걸어도 별밤 덕분에 어둡지 않겠습니다 아스라이 구름에 가려 희미한 날에도 눈을 감으면 백야는 멈출 줄 모르고 -
시인의 시선 아득히 고요하게 밤은 부서져도 소리가 나지 않을 것 같을 때 아득히 먼 별이 부재를 부정한다 별빛이 뭉개지고 있는 밤을 일깨운다 고요하게 적막을 연주하는 밤의 하모니 검정은 어두운 색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건 없는 것이 아니라 한다 별들이 찬양하는 소리 기도하는 소리 그리고 그렇게 달의 뒷면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내일은 어제의 뒷모습을 닮았고 오늘은 무중력으로 떠 있는 우주 어딘가 머나먼 별의 눈동자는 얼마나 눈부실까요 별의 품으로 가는 건 아득한 고백이 될까요 달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당신이 아득히 빛나곤 한다 멀어지고 멀어져도 내게는 별이라서 밤낮없이 그 우주를 거닐곤 한다 -
시인의 시선 고등어 구이 어머니는 몇 겹의 파도를 두른 고등어를뜨거운 노을에 구우신다노릇노릇 잘 구워진 향은 얄밉게 좋다사는 건 왜이렇게 힘이 들까요고등어가 뻐끔 거린다나는 쇠젓가락으로 고등어의푸른 등을 쓰다듬는다말 없이 아버지는 생선 가시를 발라가장 두툼한 살을 내 밥그릇에 놓으신다머리가 제일 맛있는 법이다아버지의 밥상에는 절벽같은 뼛조각만이 있다억겁의 파도가 당신을 쓸고 지나갔을까잘 발린 고등어는 가을 나무처럼 앙상한데곧바로 바다를 힘차게 나아갈 것 같다식사가 끝난 밥상 위 고등어는 여전히 푸르다집밖으로 나서 마른 우물을 들여다본다나의 등에도 파도가 몰려온다파도를 탈 일만 남았을 것이다 -
시인의 시선 무던히 온다 스산히 가을바람 불면 오는 사람들 그래, 쓸쓸함은 따스할 봄의 기억이랬지 상처는 씨앗을 받아들여 태동을 꿈꾼다 발아하는 용기로 가을의 빈자리를 찾아 사랑하는 이들은 무던히 온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나에게로 유복해지기 위해 우린 앙상해져야 해 넉넉히 바람을 받아들이는 가을나무처럼 고독은 낙엽들의 품에서 온화해지고 우리는 설익은 어제를 끌어안는다 바람 따라 붉은 마음으로 무던히 온다 단풍나무 숲으로 가면 그들이 있을 것이다 -
시인의 시선 봉숭아 물 생에 몇 번은 노을이 아련합니다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시간은기필코 어둠을 끌고 오고그때마다 눈부신 별들을 쫒습니다무수한 별빛과 보름달빛도모든 밤을 다 밝힐 수 없는 노릇이라보이지 않는 곳을 찾는 나는도망치듯 살아왔습니다부끄러운 날들이 손끝에노을처럼 저물어오고어쩌지 못하는 나는 씻을 수 없는억겁의 마음에 잠깁니다봉숭아 물들이는 것처럼부끄러움은 오래오래 손끝에 남아잊고 사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해집니다언젠가 붉은 노을이 감미로워진다면봉숭아꽃을 보러갈 수 있겠죠그곳에서 나를 물들이고 머금으면진정 부끄러움을 알까요
월간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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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운치 [월간 운치 1월호] 시의 장례식 너를 위한 무수한 말들은 매 순간 너라는 존재로부터 생기를 받아 태어난다 공책에 써내려가 이름을 붙여보며 사랑스러운 문장에 담아내어 본다 하고 싶은 말은 끝없이 태어나는데 네 앞에 걸어가는 순간 하얀 땅속으로 묻힌다 매일 밤 나는 죽어버린 문장들을 위해 조문객 하나 없는 장례식을 치른다 네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던 이들이여, 용기가 없는 나를 용서해 주길 찢기고 타들어가는 공책들 앞에 심심한 위로의 시로 향을 피워본다 이토록 네게 건네는 내 말들은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로만 담았으니 그대여, 지나간 내 시를 잊지 말아 주시오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2월호] 청과 시간의 의미는 무의미해지는 경계에서 계절을 부정하고 맺히는 너의 모습에 아마 일곱 빛깔의 태양이 뜨고 다채로운 맛의 햇살이 비치는 세상에서 너는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그러지 않고서야 네게서 풍기는 광리 같은 모습은 설명이 되지 않을 망상이 될 테니까 너의 싱그러움이 내 세상을 부정하지 겨울에도 화려한 여름향기가 나고 봄에도 무르익은 가을을 보여주거든 더 이상 과일가게에 갈 일이 없어도 삶에 너라는 비타민이 가득하겠지 너로 인해 맛과 향이 무르익은 삶 네가 있어 생명이 피어나는 세상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3월호] 유리 꽃 나는 어디서나 피어나지 않아요 흙과 햇살, 비로 자라나지 않죠 아름다운 마음으로 피워주세요 나는 투명한 마음이 피운 유리 꽃 가시는 없지만 꽃잎을 조심해주세요 깨진 마음은 가시보다 날카로워요 향기는 나지 않지만 머금을 수 있어요 내게 향긋하게 다가와 주실 수 있나요 그대 내게 꽃말을 지어줄 수 있나요 사랑으로 속삭여주면 맑은 꽃잎들이 물들어 머금은 향기와 함께 피어날게요 유리 꽃잎에 비춰 맺히는 당신과 나의 사랑, 젊음, 그리움, 환희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4월호] 사월의 팝콘 추위가 잠에 들고 사월의 온기가 깨어난다 하나둘 외투를 벗고 여린 사랑을 입는다 길거리가 분홍빛 설렘을 소리 없이 틔운다 너는 벚꽃을 보며 팝콘이 열렸다고 말했지 우린 누군가 봄을 훔쳐먹을 것처럼 서둘러 분홍빛 팝콘 더미 사이로 뛰어나갔다 우리 것도 아닌데, 마치 우릴 위해 핀 것처럼 무슨 맛일지 고개를 들어 먹는 시늉을 한다 떨어지는 팝콘 하나가 우리 사이로 내려 않는다 주워든 팝콘을 건네며 지지 않을 약속을 한다 벚꽃이 져도 우리는 팝콘처럼 사랑하기로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5월호] 경작 눈을 뜨면 수많은 인파보다 광활한 논밭과 풀들을 보며 자라왔지 심고 가꾸면 돌아오는 그곳에서 우리들은 땅에, 마음에 꿈을 심었다 잦은 풍파가 우릴 지나갔지 그럼에도 너를 보면 푸른 새싹의 깊은 뿌리를 본다 네 꿈은 무엇을 먹고 자란걸까 우린 지금 꽃을 피웠을까 우린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어쩌면 가을이 오지 않았으면 해 그럼 계속 꿈을 꿀 수 있을테니 이제 꿈과 함께 행복도 키우자 행복도 아낌없이 가꾸자 언제 결실을 맺어 수확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의 경작을 멈추지 말자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6월호] 외발자전거 노을을 훔쳐 달아난 사람 언제부턴가 당신을 볼 때면 제게는 그런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황혼이 물드는 공원에서 분홍빛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당신은 마치 노을을 머금은 여행자 같습니다 당신이 그만큼 빛나기 때문일 겁니다 때로는 당신의 자전거는 외발자전거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만큼 행복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서툴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곡예가 되어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청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청춘이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외발자전거라고 말하겠습니다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7월호] 필연적 유성우 우연히 마주한 그녀가 별가루 한줌 흩날리지 않는 나의 밤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녀의 몸짓들이 나의 세계에 부딪혀 작은 손짓부터 옅은 미소, 별조각 같은 눈빛까지 하나하나 유성우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타닥타닥 황홀하게 타들어가는 빛줄기들이 내 마음에 광명의 씨앗으로 일구어져 재탄생하고 나의 세계는 가릴 수 없는 빛으로 매료된다 그녀는 어떤 이름의 행성일지 궁금해지는 밤의 무대 무수한 박수갈채와 스포트라이트가 가득할 것 같은 그녀라는 행성이 내 마음에 일으키는 강렬한 공연 이제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그녀와 끝없는 마찰로 한평생 쏟아지는 유성우에 파묻히고 싶은 백야보다도 밝게 빛나는, 그런 밤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8월호] 하얀 식탁 너는 꼭 순수한 말만 해서 아침 햇살이 뽀얗게 스며드는 하얀 식탁 같고 늘 내게 신선하게 다가오니 산뜻한 드레싱이 반기는 하얀 접시의 샐러드 같아 너의 마음씨는 늘 따스하니 부드러운 온기가 피어나는 하얀 우유 한 잔 같지 네가 항상 하얗게 빛나는 건 보이지 않는 노력이란 세제와 마음이란 섬유 유연제의 덕분일까 너를 볼 때면 난 늘 어김없이 맑고 싱그러운 네 마음을 먹는다 이 하얀 식탁에서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9월호] 연과 바람, 바람 시원한 바람이 소매 끝자락을 스칠 때 너는 문득 연을 날려보자고 했지 얼마 만의 연날리기인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까마득하네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에도 너는 저 멀리 힘차게 날아가는구나 어릴 땐 왜 그리도 어려웠던 걸까 커버린 우리의 손에 쥐어진 연 하나가 살랑거리는 꼬리를 잡고 따라오라 하네 물레에 감긴 실이 끝이 없었으면 좋겠어 우리도 연처럼 가벼워서 날았으면 해 걱정과 불안, 아픔은 벗어던지고 말이야 실 끄트머리로부터 조심스레 소중히 간직한 꿈을 실어 연으로 날려 보내보자 꿈을 향한 우리의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너와 나의 연은 끝없는 실로 이어져 바라는 세계로 날아갈 거야 그렇게 믿고 연을 날려보내자 마지막 실을 놓아주며 말없이 손을 모은다 -
월간 운치 [월간 운치 10월호] 밤길의 동행 제 밤길은 형형색색의 간판과 조명이 가득합니다 그 길에 홀로 걷는 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의 뒷모습엔 불빛 하나 비치지 않지만 축 늘어진 그림자가 당신의 발끝에 밟혔나 봅니다 당신은 굳이 이 그림자를 걷어오며 제 옆을 걷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걸음을 맞춰주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길을 동행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시나요 저는 이 길을 걸어오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버려졌습니다 사실, 당신에게도 버려질까 두렵습니다 먼 길을 가야 하기에 상처를 가리고 걷는 제게 당신은 따스한 걸음은 제 상처를 부정합니다 말없이 함께 걷는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해주실 수 있나요 당신의 발자국엔 어떤 밤길이 담겨 있나요 아무도 없는 이 밤길에 당신의 온기가 아침을 불러옵니다
가끔 에세이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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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촛불은 어째서 흔들립니까 궁금했다. 평생을 닿지 못할 햇빛과 달빛, 별빛은 못처럼 굳게 박혀 빛나는데 촛불은 왜 그렇게 흔들리는 빛인지. 촛불의 불빛에 닿을 수 있어도 다가갈 뿐 그의 손을 잡아본 적은 없다. 뜨거워서 화상을 입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쉼 없이 흔들리는 그 불빛이, 가장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그 빛이, 보고 있노라면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흔들리는 촛불은 오래오래 보아도 눈이 아프지 않다. 은은히 퍼지는 온기가 유자차처럼 따뜻해서 불빛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다정한 손짓 같기도 하다. 그런 손을 잡아보고 싶어 격렬히 흔들리던 내가 있다. 타오르는 무언가를 가슴 깊이 품고 달리는 모습은 모닥불보다는 화재에 가까운 적도 있었지만. 촛불의 심지가 타는 냄새는 적당한 연기라서 꺼져가는 나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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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잘 주물러진 밤 아래 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아무리 피곤해도 걷다가 이대로 어디든 끝없이 걸어가고 싶은 날.날씨가 좋은 날, 퇴근할 때면 한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으며 집을 간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걷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느 날은 우산 없어도 괜찮은 비가 내리는 날이다.반복되는 일상에서 해내는 작은 일탈 같은 것이다. 비를 맞아도 흠뻑 젖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쉬워서 유독 비가 적게 오는 날엔 집을 지나치고 걷는다. 일부러 비를 막아주는 그늘을 피해서 맞는다. 비를 맞기 전에 비에 젖어 올라오는 흙냄새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으로 잘 정리된 길보다 흙바닥으로 된 길을 쫒는다.그런 길을 쫒아 걷다보면 대체로 골목길이 많은 곳으로 향한다. 요즘은 놀이터에 흙이 없는 곳들도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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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군데군데 산 사람들의 충동적으로 오후 반차를 쓰고 군산으로 갔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박해일이 나오는 영화에서도 나왔떤 곳이기도 했고, 어렴풋이 예술과 맞닿아 있는 소도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군산은 다른 곳들과 다르게 기차가 버스보다 더 오래걸리는 곳이었다. 사실은 오랜만에 국내 여행은 기차를 타보고 싶었는데 더 오래걸린다고 하니 고민이 많이 되면서도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 아래 최대한 가볍게 싼 가방을 매고 버스에 올랐다. 고개를 숙여 안전벨트를 메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버스가 낯설어 자리를 찾아 헤매는 할머니가 보였다."20번이면 제 옆자리로 오시면 되세요"너무 고맙다며 수차례 인사하고 나와 비슷한 아들도 있다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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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투명한 윤곽 최근에 미루기만 했던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고, 그저 그림을 좋아하기만 했기에 멀게만 느껴졌다. 동경할수록 멀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딱 그러한 상황인 것이다.언제까지 미루고 동경만 할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올해는 진짜로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그려보기로 했다.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샀다. 국어책과 동화책의 삽화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그림체도 좋아하지만, 가장 그려보고 싶은 그림으로 연습해본다면 조금 더 끈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어린시절 잡아본 크레파스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어렸을 때는 크레파스 아까운 줄 모르고 거침없이 그리고 색칠하며 손을 더렵혔다. 십년도 훌쩍 지난 지금, 크레파스를 쥐고 그려본 첫 그림은 어딘가 불투명하고, 비어보였다.크레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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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우울의 몫 오랜만에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다. 별다른 걸 하진 않았지만 그 별다르지 않은 것을 쉬는 날에도 하지 않았기에, 다시 했다는 것에서 내게는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휴가였다.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주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쉼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무념무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쉼인지, 흑백처럼 어느 한쪽이 맞을 순 없지만, 나에게는 쉼이 어느쪽인지를 알고 싶었다.글과 독서가 취미인 나에게, 글은 언제나 쉼이 되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잘 쓰고 싶을수록 펜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나를 위해 소중하고 아끼는 표현을 찾다보면 헤매고 헤매다가 길을 잃어 방황할 때도 있었다.그렇다고 방황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우울에서 더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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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에세이 기울어진 채로 사랑하기 문득 세상은 편애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그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나둘 성취해나가며 살아가는 것.어쩌면 좋아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좋아할 줄 아는 나이고 싶어서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기울어진 사람. 기꺼이 편애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가끔 기울어진 저울 앞에서 무엇인가를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한 때는 그 비대칭이 불균형이라 믿어 온전히 좋지 못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조금 더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면 비대칭과 불균형은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언어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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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시나브로 시나브로 부사 | 1.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화운의 시선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를 쫒는다. 변화는 긍정적일 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지만 어떤 결말이든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진다. 때로는 당장에 보이는 변화에 실망하기도 한다. 살면서 시작한 노력에 배신을 하지 않는 변화가 있다면, 시나브로의 의미처럼 당장에 보이지 않지만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일 것이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과 바람을 쐬면 결국 자라나야 할 시기에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시간은 걸리더라도 대체로 보이지 않는 변화는 최소한 0으로 수렴하지 않고, 마이너스로 하강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쉽게 보이지 않는 시나브로 변화를 느끼고 인지하며 변화의 자극적이지 않는 수수한 맛을 즐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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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산책 산책 명사 | 1.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 화운의 시선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라는 어느 산책을 하지 않는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산책을 하다가 멈춰 서서 풍경과 주변, 더 나아가 내면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또한 산책이라고 한다. 나아간다는 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나아가면서 가끔은,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정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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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윤슬 윤슬 명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유의어 | 물비늘 ▶ 화운의 시선 빛을 온전히 직시하는 것은 눈이 아프고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하는 햇빛과 밤을 온전히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은 물결에 반짝이면 직시해도 아프지 않다. 물결에 일렁이는 빛은 우리에게 흘러가는 빛의 아름다움과 영감을 선사한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빛이란 존재가 일렁이는 윤슬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이 찬란하고 위대한 이유 또한 존재 자체가 빛이 나지만 아름답게 삶의 굴곡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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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볕뉘 볕뉘 1. 명사 |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명사 |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3. 명사 |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 화운의 시선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풍경 중의 하나가 그늘진 곳에미치는 조그마한 햇볕 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그늘과 그림자를 부정적인 무언가로 상징하고 인지하곤 한다. 인생에 항상 행복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굴곡은 우리를 성장시키곤 한다. 우리가 볕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운명이든, 자연의 섭리든, 그 어떤 이유든 간에 삶의 명암이 적절한 조화와 상생은 여러 의미로 영감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