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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도씨, 저는 눈을 보는 것이 무섭습니다.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과 생각들도 눈에선 글이 되어 보여지기 때문이죠. 저 또한 그런 눈을 무의식적으로 쓰곤 하기에, 언제나 마음의 문을 잘 열고 닫으려고 합니다.
저는 모든 것에 진심을 다한다면 결국 알아봐줄 거라고, 좀 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언젠가라는 건 너무나도 막연합니다. 쉽게 정을 주지 않아야 할까요.
회사에서의 관계는 결국 회사사람일 뿐이라는 경계선이 눈에서 비춰질 때면, 바보같이 마음을 쓴 것 같아 제 자신이 안쓰러워집니다.
아꼈던 친구에게도 모진 말들을 들을 때면 눈빛은 살을 애는 눈보라 같았습니다. 제 진심이 제대로 닿지 않아서일까요. 마음이란, 사람이란, 결국 이기적인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매우 궁금한 요즘입니다.
가끔은 제가 맹인이었다면 마음이 덜 복잡했을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보고싶은 눈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더 참혹할까요. 저는 난시를 가지고 있지만 길을 걸을 때 안경을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서요.
맹인 같이 살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마음의 눈도 멀어져야 할까요. 그래야 제가 괜찮아질까요.
안경을 벗어던지고 눈을 감으며 걸어가봅니다. 휘청 거리는 걸음이 두렵지만 나아가 봅니다. 질끈 감은 눈이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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