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삶은 혹독한 겨울바다를 뚫고 낙원을 향해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항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심장이 눈보라에 얼어붙지않도록 꼬옥 품에 안으며 빙하를 깨부수며 나아갑니다. 이따금씩 빙산에 닻을 내리고 심장을 조금 떼어내어 불씨를 심어줍니다. 따스한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건만 뒤돌아 바라보면 풀숲을 태워버린 산불같은 때가 있습니다. 나는 다시 작아진 옅은 온기의 심장을 꽉 쥐고 무거운 걸음을 걸어갑니다. 마음은 쉽게 주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나의 봄을 한 조각씩 떼어 심어 사람들과의 여름을 기대해보지만 초겨울에 머무르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합니다. 신이시여, 고독은 필연입니까. 바다는 넓고, 세상은 넓은데 사랑과 정이 있는 낙원은 늘 수평선에 걸쳐 있는 것만 같고, 사람에게, 사랑에게 갈망하는 심장은 추위에 약해져만 갑니다. 떨어진 심장조각이 날카롭고 단단한 암초가 되어 배를 부수고 찌릅니다. 애초에 정을 주지 않았다면 암초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기대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불씨를 놓고 가는 것은 미련입니까, 운명입니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도, 눈보라를 일으키는 것도 기대해버린 마음입니다. 저의 사랑으로 인해 하여금 암초가 되지 않게 해주세요. 가슴 깊숙이 박힌 암초가 사실은 꽃의 씨앗이었다고 해주세요. 기대하는 삶을, 마음을, 심장을 제게 주지 마소서.

728x90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몽  (0) 2024.02.28
부화  (0) 2024.02.27
파도산  (0) 2024.02.25
풍선  (1) 2024.02.24
진눈깨비  (0) 2024.0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