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가장 살고 싶은 날이라는 것을 압니다그럼 매일이 죽어야 하는 날이었을까요검은 종이에 연필로 나를 쓰고 있습니다나를 써낸 오늘이지만 나는 보이지 않습니다지우개로 지우면 뒤틀린 내가 흩어집니다지워내지 않으면 나는 살아있지 않습니다나를 버리는 건, 버려야 하는 건흩날리는 재를 부여잡아야 하는 일이 됩니다검은 밤은 평화롭고 하얀 낮은 참혹합니다흰 도화지에 번진 한점의 잉크는 얼룩이라 합니다얼룩진 나를 살려내려면 밤을 사랑해야 합니다밤을 사랑하기엔 별들은 너무 따갑고끌어안기엔 달빛은 무겁습니다나는 찬란한 흰 점이 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높은 곳에 있고나는 그 아래 낮은 곳에 있다높은 곳에서 머나먼 수평선을 보는 당신낮은 곳에서 발끝을 쫒아 오르는 나당신은 날아오를 듯이 두팔을 벌리고나는 더 낮게 추락할 준비를 한다추락도 두팔을 벌리면 비상이라고 부를까고개를 드는 당신은 바닥을 알까있는 힘껏 떨어져 본다날개가 돋아나 바람을 떠밀 때까지있는 힘껏 팔을 벌려 본다당신이 아래를 내려다 볼때까지당신이 추락하면 나는 비상할 것이다당신이 내 손을 잡으면 더 멀리 날아갈 것이다당신이 눈을 감으면 우린 더 높이 오를 것이다우린 날개를 하나씩 가졌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