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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 글 "689"개

양말 부자

양말 부자

게처럼 옆으로 걸었던 날이 있었다똑바로 걷지 못하였으므로 옆으로 걸어 앞으로 갔다모로 걸어도 갈 수 있다면 그만이었던 날이다사람이었을 때는 발이 두개였으나옆으로 걸었을 땐 많은 발이 필요했다두발로 지탱할 수 없던 날들이었으므로일주일에 한 번이면 새 양말을 신고사뿐히 쾌적하게 걸었을 내가며칠동안 하루를 걷듯이 지냈던 시간은세탁기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했다세탁기 안으로 웅크려 들어갔던 날엔어지러운 세상과 좁은 방에 숨이 막혔다옷감에는 세제를 넣어 빨래를 하는데사람에게는 무엇을 넣어야 하는가그런 하루를 걷기에 많은 발걸음이 필요했으므로세탁하면 필요없을 새 양말을 무더기로 샀다얼룩진 발을 한 번도 세탁한 적 없는 새 양말로 가렸다두발로 다시 똑바로 걸어갈 수 있게 되었을 때지난 날들을 세탁하는 데 꼬박 삼일이 걸..

시인의 시선 2025. 4. 13. 11:21

내게만 있던 저녁

내게만 있던 저녁

물들어 가듯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하는주홍빛 시간이 내려오면아무렇지 않게 올라오는 그리움이 있다 그 시간에 당신의 이름 석자는 신호등이 된다적색등과 녹색등이 동시에 켜지고주황색등이 쉼없이 깜박인다건너고 싶다가도 갈 수 없는 길머뭇거리는 나에게 경고하는내게만 있던 저녁이윽고 걸어 나가면 저녁은 깜박이고날아가던 철새도 멈춰서 나를 응시한다길이 아닌 곳에 있던 신호등인가푸른 밤이 넘실거리며눈꺼풀 위로 쏟아진다눈을 뜰 수 없어도자꾸만 보이는 저녁 노을당신의 부재가 쌓이는안온한 시간일수록 격랑이 찾아온다당신은 언제 밤이 되지

시인의 시선 2025. 4. 11. 18:27

화분

화분

빈 화분이 놓인 골목좁은 길을 걷는 이에게거리낌 없이 내어주는 틈무엇이든 심어도 좋을 여백때는 홀로 빈집이 되어기약없는 초인종에 기대는 날굳건한 문을 열고 화분 앞으로 갔다행복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으며괜찮다는 것의 의미를 더듬어보며화분에 이름 모를 씨앗을 심고아주 적당한 소금이 물든눈가의 파도를 한 모금 주었다햇빛이 잘 반겨주는 곳으로화분을 옮기고 꽃이 아닐 수 있는네게 꽃말을 쥐어주고 온다괜찮을 수 있는 행복누구든 언제든 무엇으로든

시인의 시선 2025. 4. 10. 02:50

떠난 길

떠난 길

길을 떠난 적이 있다집을 떠나면 들어오는 일상이 아닌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길이다사람의 생애로 지도를 보자면돌아보는 길은 매일 걸어도돌아갈 길은 대체로 없는 일그래도 다행이라며 떠나는 길이다오늘이 어제로 돌아갈 수 없어도내일은 오늘로 돌아갈 수 있다어제는 일기에 걸었다고 쓰더라도내일은 걷고 싶다고 적어봄으로써오늘을 걸어가겠다고 해보자는 것이다길을 떠난 적이 있다길을 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다돌아볼수록 더 멀리 떠난 길이다

시인의 시선 2025. 4. 10. 01:38

나를 투과하세요

나를 투과하세요

내 앞에 아스라히 서 있는 당신나를 투과하세요짙은 구름 뒤에서도 은은히 비추는 해처럼소나기의 잔해에 피어나는 무지개처럼나로 인해 그대가 더 빛날 수 있게나의 무른 모서리가 아닌 온전한나를 투과해주세요직면한 것만이 우리를 마주할 수 있게 하듯비껴가다보면 놓쳐야 하는 것들이 많아요비스듬히 걸으면 계속 어긋날지도 모르죠틈이 생기면 그곳으로 당신이 보일 테니그러니 그대는 나를 투과하세요

시인의 시선 2025. 4. 8. 19:49

달의 속도

달의 속도

구름 사이로 달이 숨바꼭질을 한다구름들이 재빠르게 흘러가는 듯 했으나내가 술래인 것처럼 달은 내게서 도망친다달이 잡히면 어떤 별이 술래가 될까어디로 달아나야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결국 아침 해에게 붙잡혀 잠을 잘까쉼 없이 이리저리 움직여도고개를 들면 주위를 맴도는 달의 걸음눈빛으로 쫒아도 널 잡을 수 없다이 밤, 달이 밝다고 말하지 않는다네가 드높이 내 하늘을 맴돈다고 하지 않는다달은 늘 그곳에 있고 나는 있지 아니한다고 한다

시인의 시선 2025. 4. 7. 21:15

오락실 게임기

오락실 게임기

어설픈 조작에 금새 게임오버를 맞이해도설레는 마음으로 다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오락실 게임기앞 어린이가 되고 싶다꿈도 관계도 사랑도 내일도오랜 시간과 많은 동전이 필요하더라도더 나아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으로망설이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오늘도 몇번의 새로고침을 두들겨오류 투성이인 나를 지워보냈는가적어도 내일의 달리기가 버겁지 않고걸음이 두렵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주머니속 동전이 내게 굴러 떨어진다동전을 줍는다거울 앞으로 간다동전을 넣는다

시인의 시선 2025. 4. 7. 20:34

이토록 요란한 고요

이토록 요란한 고요

새벽 길은 음소거된 마음이명료한 고백을 외치는 걸음으로 분주하다희미한 불빛의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전화번호를 누르지 않고 수화기를 들면잔류된 언어들이 제자리를 찾아온다이 시간 만큼은 표류된 고백을소홀히 외면하고 싶지 않으므로입술은 굳건히 닫고 귀를 연다나만 들을 수 있고 흘러나가지 않으니고백은 오늘도 일기가 되겠구나요란하게 고요함이 축적되면멈춰서 있던 만큼의 시간을 더 살게 된다신호음이 심장의 맥박소리와주파수를 맞출 때 즈음 수화기를 닫으며그곳에 고여있던 나를 놓고 온다주머니속 반창고를 손등에 붙이며두고온 나에게 안녕, 손짓 해본다이토록 요란한 새벽에 걷고 걷다보면바람의 숨결은 명백하고 달빛은 흐려진다

시인의 시선 2025. 4. 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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