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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 글 "689"개

명태와 곶감, 그리고 나

명태와 곶감, 그리고 나

생선은 바닷바람에 말리고과일은 쨍한 햇살에 말려수분기 없는 형상은비틀어지고 왜소해진 마음의 윤곽그건 거짓없는 무언의 고백더 이상 울지 않을 수 있겠니누군가 비를 내리지 않는다면명태의 빛을 잃은 눈가에 파도가 친다눈을 부릅뜨고 나를 해안가로 인도한다곶감이 굴러 떨어지며 물렁해진다단맛보다 짠맛에 더 매료된다더는 울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던 거야이제는 눈물 뒤에 숨지 않겠다는 거야너는 언제 미라가 될거야이것봐 불어터진 네 심장에 기생하는 염증아직 더 울 것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명태가 드러누웠던 해안가에서곶감 하나 가슴팍에 품어 바람을 쫒는다사람은 몸의 칠십이 물이라던데심장을 적신 눈물은 얼마나 될까온종일 곶감의 단향을 나누며명태와 마음의 내실에 대해 얘기한다우린 더 건조되어야 하는지 생각하며

시인의 시선 2025. 5. 9. 14:46

비일비재

비일비재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 적은 없었다이윽고 일제히 쏟아지는 빗방울들을모아서 비라고 부른다 하나가 된 것처럼함께 소나기가 되고 구슬비가 되는 것이다가랑비에도 흠뻑 젖는 건 함께 내리기 때문이다장마는 함께 슬퍼할 수 있는 날이다사람은 두개의 하늘에서 빗방울을 떨어뜨린다비는 다양한데 눈물은 외로운 이름이다우는 사람을 위한 우산을 파는 곳이 없다일년에 비가 오는 날은 백일정도라 하는데사람은 삼백일이 호우주의보가 내릴 수 있다일기예보는 두눈의 구름을 보지 않는다비일비재한 삶은 장마의 또다른 이름 같고설상가상은 함께 내리곤 하는 우박 같아서마음은 늘 우산을 써야한다고 말했지함께 감동하고 슬퍼할 수 있다면눈물을 눈이라고 할까 물이라고 할까눈이라기엔 펑펑 내리니 사시사철 겨울이 되고물이라기엔 생명의 근원 같아서필연적으로..

시인의 시선 2025. 5. 7. 22:01

김밥에 단무지는 빼주세요

김밥에 단무지는 빼주세요

김밥집에 들러 빼곡한 메뉴판을 본다대부분의 음식들을 여기서 먹을 수 있지만늘 먹는 건 가장 보통의 김밥 뿐이다열가지가 넘는 종류이지만 그냥 김밥을 응원한다참치김밥 소세지김밥 누드김밥어묵김밥 돈까스김밥 치즈김밥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천하무적의 그냥 그런 존재그래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단단함거추장스런 포장지도 필요없는 순수함어느 김밥집을 가던 단무지는 빼달라고 말한다한입 베어 물면 기둥이 바스러지듯 소리가 난다오랜시간 물든 노오란 혈류를 쏟아내며 운다적막할때 자주 먹는 김밥이니까 소리마저 삼킨다김밥속 재료들은 어울리고 있는 걸까김과 밥때문에 어울려져 있는 걸까유난히 단맛의 주장이 강한 단무지가 미워진다어떤 날엔 괜히 잘 말린 김밥을 해체한다하나씩 속재료를 맛보며 해부하고 해석한다이따금씩 옆구리 ..

시인의 시선 2025. 5. 6. 23:28

낡은 기도

낡은 기도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에게 가는 길계단이 높아도 다만 오르게 하고땅밑이 아득히 멀어도 앞을 보게 하소서낭떠러지 앞 무너진 다리가 길을 막아도기필코 날아오를 수 있음을 믿게 하고부러진 날개에도 바람이 깃들게 하소서어둠이 턱밑까지 차올라 막막할때가슴속 촛불로 빛을 보게 하고메아리 치는 희망을 듣게 하소서죽음 앞에서 영혼의 불멸을 믿어말미암아 생의 찬란함을 볼 수 있다면이 슬픔도 별처럼 아스라히 빛날 것이라믿게 하소서 나아가게 하소서 살게 하소서

시인의 시선 2025. 5. 3. 21:11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거리는 것이 있다방지턱 없는 평지에서도 걸린다작은 돌멩이에도 넘어질 수 있다두려우면 자주 발밑을 보는 것이다넘어져도 된다면 성큼성큼 걸을 것이다넘어지고 싶다면 춤추며 뛸 수 있다덜컹거리면 잠시 흔들리겠으나휘청인다는 건 꼭 잃는 것은 아니다가진 것이 많으면 쏟아지는 것이다마음에 걸리는 건높은 바위도 비대한 산도 아니다깊은 구덩이도 광활한 바다도 아니다덜컹거리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분명히 발끝에 채이는 무언가가 있다눈을 감으면 또렷하게 걸어온다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외면하지 않을 것이다직면하되 돌아보지는 않을 것이다내가 나일 수 있을 때까지공명하리라

시인의 시선 2025. 4. 29. 20:29

황혼의 고리

황혼의 고리

빛과 어둠을 낮과 밤을완벽하게 이어주는 황혼그래서 주홍빛 매듭에눈을 떼지 못하고나의 외면과 그림자에게악수를 청해보는 시간누구랄 것도 없이먼저 손 내미는 이 없으니함께 노을을 하염없이 보는 것이지주황은 빛도 어둠도 되는구나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라는데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무엇을 발음하고 있는가주홍글씨를 몸에 새기고빛과 어둠이, 낮과 밤이함께 읽는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희망을 되뇌이며 황혼에 젖어든다잃어버린 나는 그곳에 있고숨어있던 나도 그곳에 있어우린 기필코 붉게 화해할 것이다

시인의 시선 2025. 4. 28. 07:34

먹구름 세탁소

먹구름 세탁소

비가 오는 날 너는 오랫동안 하늘을 보곤 하는데저기 저 구름이 무겁지 않냐고 내게 묻곤 했지손빨래로 하얗게 씻겨주고 싶다며 손을 뻗는 네가자주 놓고 다니는 게 우산인 걸 알았을 때 나는 알았지온몸으로 비를 맞고 싶어 한다는 걸바짓가랑이에 빗물이 튀어 젖는 것을 너는 좋아했지먹구름처럼 축축해진 흰 양말이 무거운 발걸음을 만들 때너는 빗길에 고인 웅덩이를 피하는 법이 없었지그럴 때면 첨벙거리는 네 걸음이 햇살보다 가벼웠는데거울처럼 웅덩이에 비치는 네 마음은 일기예보에 없던 장마나는 보았지 사실은 네 가방엔 늘 우산이 있다는 걸화창한 날에도 혼자 걷는 길 우산을 쓰는 널 보고야 말았지동네 무인 세탁소로 자주 들어가는 널 알았었는데세탁기 안에 들어가는 널 말릴 수 없었다내 마음을 떼어내 너 몰래 섬유 유연제에 ..

시인의 시선 2025. 4. 27. 11:46

요거트

요거트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요거트를 꺼내 먹는다그냥 버릴 것인지 고민하다뚜껑에 미약하게 묻은 세계를 핥는다컵속에 담긴 것보다 뚜껑이 진짜라는 말그건 결핍을 향한 증오일까 위로일까 사랑일까생각하면서 두 곳의 맛을 비교해보면서알알히 작은 과육에서 무른 여름이 씹힌다아 가을이었던가과일의 기억은 어디쯤에 머물러있을까금세 하나의 작은 세계를 긁어 비워내고채울 수 없는 허기에 다 핥은 뚜껑을 본다무작정 몇개를 더 먹어치우면 배탈이 날 것이다말라붙은 뚜껑을 다시 핥으며 고개를 끄덕인다진짜 세상을 맛본 이들의 말을 떠올리며나는 녹은 눈사람의 마음을 먹었구나 하면서

시인의 시선 2025. 4. 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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