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얼룩이 가득한 하루를벗어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한다어떤 날은 직접 온몸으로 들어간다빙빙 돌아가는 세상이 고요하다파도는 향긋하게 몸을 부순다흠뻑 젖은 하루를 옷걸이에 건다어깨를 나란히 걸어 늘어뜨리면눈밑이 가장 늦게 말라간다뜨거운 다리미로 주름진 마음을 펴낸다곧바로 입으면 가슴은 따스할 것이다내일도 얼룩이 여기저기 묻을 것이다마음 깊숙이 얼룩지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어떤 마음은 지워지지 않으니까옷걸이에 걸린 마음이 선명하게 아플때망가질 각오로 얼룩을 문질러야 할때나는 어디에 걸려야 깨끗해질 수 있는지
빛이 난다아, 빛이다그래, 빛이구나저게빛이구나빛은 뜨겁게 아파도눈부시구나가슴에 뚫린구멍이 시리다
눈앞에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도 이내 부서질 것을 믿어 나아가게 해주세요 지치고 힘들어도 도망가고 싶어도 참고 나아간다면 영원이 있음을 알게 해주세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더라도 짊어질 수 있기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세요 푸른 멍이 마음 깊숙이 들어 번지더라도 바다를 품은 것이라 여길 수 있게 해주세요 꿈을 잃어 끝없이 방황할지라도 늘 꿈은 거기 있으니 잠시 잊은 것뿐이라 해주세요 당장 쓰러질 듯 힘겨울지라도 내 안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세요 모든 아픔이 내게만 주어진 것 같아도 모두 행복하기 위한 걸음이라 믿게 해주세요
오늘도 무사히 견뎌낸 하루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시간을 받아들여 불씨를 태워 주홍빛 불꽂이 되어가는데 나는 잿더미속으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청조한 가을을 부정하는 초록 단풍 누군가는 나를 청개구리 같다 합니다 그런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펄쩍 뜁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도 다 품지 못했으므로 내일을 맞이하기엔 나는 아직 서투릅니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시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일까요 버텨내는 것이 아닌 잘 먹는 삶이고 싶어요 청춘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요 겨울이 와도 푸를 것 같습니다 눈꽃이 뿌리 내려도 아프지 않겠습니다 붉은 세상속에서 푸름은 외롭습니다 물들고 싶지 않은 시간이 너무나도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