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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 글 "689"개

보이지 않는 맛

보이지 않는 맛

노란색이 꼭 레몬처럼 신맛이 나지않고빨간색이라고 다 맵지는 않으니까하늘은 덜 마른 눈사람맛이라 하고바다는 눈물이 흥건한 바람의 맛이어도 괜찮을까보이는 색 그대로의 맛이면 어땠을 것 같니삶은 자주 알 수 없는 맛이 혀끝에 맴돌아너는 봄을 갓구운 빵에 민들레를 발라샛노란 산뜻함으로 한입 베어 물듯 보내고나는 눈덩이를 덜 익혔는지 계절 사이로흰거품이 흘러내리는 봄을 맛보고 있다스물네가지 크레파스가 같은 맛인 것처럼너와 나의 봄이 그랬다면 어떨 것 같니좀 더 화려한 봄을 색칠했을지도 모르지봄은 때론 텁텁한 식감이기도 해서우리 더 무른 봄을 맛보러 떠나자양껏 먹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거

시인의 시선 2025. 4. 4. 00:28

점심 도시락

점심 도시락

우린 먹음으로서 태어나고 있는 거에요점심은 그렇게 생명들이 내게로 오는 시간숨을 쉬는 모든 존재들은 저마다무언가를 먹고 자라며 어떤 것이 되고어떤 것을 잘 받아들이는 건 나의 몫젓가락에 집히는 숨을 잘 포개어입안에 넣다보면 뱃속에 바람이 분다잘먹어야 한다는 말이 잘살아야 한다는다짐이 되곤 해서 성대한 의식을 치르는 일처럼도시락을 준비해 먹는다작은 도시락통에 잘 담고 싶은 무엇들그 무엇들이 나를 일으켜세운다점심을 먹고 난 뒤 도시락에 남는 건바람이 가져다준 물음들무엇으로 태어날 것이며무엇으로 살아갈 것이며무엇으로 남겨질 것인지

시인의 시선 2025. 4. 3. 05:11

십자가

십자가

사람이 두팔을 쭉 뻗으면집 잃은 십자가를 닮았다누군가는 온몸을 희생해죽어서도 빛과 구원이 된다는데지상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기도일까팔을 접어 품은 그것은 구원일까동네에 십자가가 많이 세워져 있어두팔을 벌리지 못한 이들은모두 그곳으로 들어가 우는데쉽사리 팔을 들어올리지 못하고염원을 향해 더 굽어지며 기도하네지상에도 십자가가 가득한 날은 언제인가

시인의 시선 2025. 4. 2. 22:01

거울 파편

거울 파편

거울을 짊어진 자가 계단을 오르는데한 걸음만 헛디디면 산산조각 날듯 해서거울에 비친 자의 걸음까지 응원합니다거울속 자신을 마주할 수 없는 이는진실을 피해 옆으로 옆으로그럼에도 뒤로 물러나지 않으려는 여정가장 슬픈 이는 거울을 품에 안고 가는 자꼬옥 가슴에 안아 걸어가고 있습니다거울속 자신을 마주했거나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없거나거울이 깨지면 산산조각 부서지는 우리어느 거울의 내가 나인가요흩어진 세상의 내가 진짜 같기도 합니다하나둘 파편을 주워 거울을 버리지 못하고또 다시 걸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앞으로이따금씩 내가 사라질 것 같으면거울속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안으로

시인의 시선 2025. 4. 2. 06:34

동면

동면

사람과 로봇은 다르지 않은가봅니다등뒤의 전원 버튼은 손이 닿지 않아마음을 끄려면 다 써버려야 하기에 건전지가 닳을수록 유약해집니다잠이 쏟아지는데 잠을 자지 못합니다시간은 바닥의 바나나껍질 같아서나는 시간을 잘못 밟고 미끄러져누운채로 어딘가로 추락합니다당신은 봄바람처럼 일어나고 있어나의 겨울은 봄을 밀어내고 있습니다북극으로 걸어가 빙산의 품으로 들어갑니다그곳에서 모처럼 당신과 나눈 안녕을 묻고웅크려 조금 더 단단한 겨울을 보내렵니다그리하면 당신과 약속한 저의 봄도이 얼음을 태울듯한 온기로 찾아올 것입니다긴 잠을 자야겠습니다 오래도록

시인의 시선 2025. 3. 29. 13:03

운명

운명

운명을 믿는지 물었나요마음대로 되지않는 삶이라운명은 팔자라고도 불립니다해내는 이에겐 행운이 되고요저는 약속이라 부릅니다그건 새끼손가락이 매듭을 짓지 않아도견고하길 바라는 믿음필연적이라는 건 완벽한 모순 같습니다바라는 대로 다가오면 순응이고부딪히면 불응하고 싶어집니다그럼 당신은 제게 운명인지 되묻는다면억겁의 숙명이고 싶다 하겠습니다사랑할 수 밖에 없는 팔자려니 하다가도필연적이고자 끝없이 약속하고모순적인 모양이 되는 것을 자처하면서

시인의 시선 2025. 3. 28. 19:45

가로등의 아침

가로등의 아침

노을이 깊숙이 닿지 못하는 길을걷고 있을때 걸음에 맞춰가로등이 하나둘 불을 밝혔습니다아직 햇빛이 눕지 않은 시간송곳처럼 가로등 빛이 눈부셨습니다마치 말없이 홀로 대낮에그림자를 머리 끝까지 덮고 있던 당신처럼눈밑에 파도가 밀려오기만 하면송곳 같던 빛이 해파리가 되어작은 해변을 기웃거리며 번집니다저 불빛들을 안아줄 수 있다면좋겠다는 마음은 아침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아침만이 강제로 가로등을 거두겠지요유독 새벽 중 가로등보다 저녁 불빛이더 강렬히 빛나서 밝아올 때까지 기대어 있습니다걷지 않아도 되는 저 먼발치의 가로등 빛도그대가 간직한 말인 것 같은 길

시인의 시선 2025. 3. 27. 08:00

무(無)의 경계

무(無)의 경계

나는 아주 가끔 폐가 곧 터질 듯한 풍선처럼 크게 숨을 들이 마신다.동그란 도넛을 크게 한입 베어 물듯이 허공의 보이지 않는 단면을 입을 크게 벌려 들이 쉰다.눈을 감고 이 숨이 벅차오를 때까지 잠수를 흉내낸다.내쉴 때는 바다에 표류되어 흐름에 맡겨 무인도에 맡겨지는 것처럼 천천히 그 내려 놓음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포화되어 넘쳐나는 삶으로 인해 과격하게 숨을 뱉는 풍선이 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세상을 느끼기로 했다.그렇게 살아있자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살아보지 못한 날들을 살아보고 싶지 않냐고, 살 것만 같은 날들을 살아보자는 것이다.지난 시간들이 살고 싶지 않았던 날들이 되지 않도록, 그 시간들이 외롭지 않도록 안아주기로 했다.한평생 모든 삶을 들이 쉴 수 없다는 것이 희망이 될 것 ..

시인의 시선 2025. 3. 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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