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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

"시인의 시선" : 글 "689"개

가방

가방

무엇이든 넣고 싶던 책가방이었습니다터질듯한 가방을 겨우 잠그고가슴팍에 품고 거닐던 때의 가방은하염없이 작기만 했습니다무거움이 즐거움이 되던 날들이제는 그 어떤 무엇만 넣습니다가벼워져도 어깨가 무겁습니다아무리 작아도 무거운 것이 있습니다빈 가방이 가득차서 걸음이 느립니다가방이 없어도 짊어지는 것이 있습니다가방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모를 때무엇이든 넣어보았습니다어떤 것들은 밑바닥에 눌러앉습니다나는 무엇을 짊어져야 하는지 알고싶어가방을 매고 길을 나섭니다

시인의 시선 2025. 3. 10. 12:55

비상

비상

달이 잠에 들기 전 새가 날아간다반듯하게 펼쳐진 날개의 완벽한 비행아침 햇살을 끌어오려는 듯 분주하다달과 해는 같은 것인줄 알고 있는지부리로 별들을 물어다 달에게 간다오래오래 날아도 힘찬 날갯짓잠시 나뭇가지에 앉은 새에게 물었다너의 별은 무엇이냐고. 어디에 있냐고밝아오는 오늘이 반짝이니 별이 아니겠냐며 답한다내일이 기대되는 꿈을 달이 밤새 비춰주니오늘의 설렘을 해에게 노래하고 싶다고 한다해와 달의 사이로 다시 날아간다날개뼈가 간지럽다. 팔을 벌리며 뛰어본다너에게로 가려고, 나에게로 가려고날자. 날아보자. 아직 오지 않은 곳으로.날기 위해 달려가 보자. 가보고 싶은 곳으로

시인의 시선 2025. 3. 10. 00:22

기민한 파도

기민한 파도

격동의 해일이 내 안에 밀려오면 바다에 간다기민한 파도의 숨소리가 들린다등대가 불빛으로 바다를 진찰한다무거운 닻이 심장 깊숙이 내려오면호수처럼 침묵하는 바다의 호흡나의 숨결이 물거품을 내며 일렁인다조개껍질에 일기를 쓴 건 오래전 일이다통속적인 날들을 소라껍질 속에 녹음한다재생 버튼이 없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그럼에도 껍질속에서 들려오는 것이 있다바닷소리는 당신을 닮았다황혼이 바다를 물들이면 모래성을 짓는다그곳에서 당신과 수평선을 걷는 일을 그린다잔잔한 파도를 이불처럼 덮고 눈을 감으면당신이 있는 섬으로 표류하는 꿈을 꾼다밀려오는 그리움에 잠식되어도 좋을 것이다

시인의 시선 2025. 3. 9. 11:49

길 건너편

길 건너편

걸었던 적은 없었습니다매 순간 달려가는 사람그러면서도 자주 넘어지던 길돌아가야 하는지 고민되는 날에도끝끝내 뒷걸음이여서 늘어지는 시간가는 길의 모든 향과 소리는 의미가 됩니다봄의 풀꽃은 당신의 아련한 향수여름의 빗길은 당신을 비추는 거울가을의 바스러지는 낙엽은 당신의 웃음겨울에 당신의 그림자가 머무는 발자국당신을 그리워하면 모든 것이 길이 됩니다돌아가려던 길도 그대에게 가는 길이었습니다걸으면 자꾸만 길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서겨우내 당신 앞에 서도 가쁜 숨에서투른 말만 늘어뜨리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시인의 시선 2025. 3. 6. 07:55

맞지않는 옷

맞지않는 옷

옷깃만 스친다는 사람이몸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간다옷깃이 너무 컸나보다소매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이다내민 손의 형태는 명확한 염원이지만언제나 당신에겐 불분명한 모양소매 끝자락만 만지작거리다가도잡아달라는 말에 당신은 주머니속을 헤맨다손등과 손등이 맞닿아 잡히지 않는다소매를 걷고 당신에게 손을 뻗는다스치듯 건넨 악수로 여섯번째 손가락이 되는 당신그 손으로 옷깃을 세우며 소매를 묶는다스치면 살랑거려야지어쩌자고 나는 펄럭이며 외쳤는지맞지않는 옷을 입고 당신에게 간다사람은 무엇을 입어야 사랑이 되는지

시인의 시선 2025. 3. 5. 22:34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동네 한바퀴를 함께 돌며너 몰래 소다맛 하늘의 거품들을 모았다구름 한 점 없는 맑음은 설렘이다저 휘핑크림은 누가 저었길래이리도 달콤 몽글몽글한 것인지훔친 구름이 떠오르려고 한다가로수길 나무가 쥐어준 콘에새하얀 구름들을 담아 네게 간다미소에 열이 끓어올라 녹을 것 같다바람이 한입 핥아먹으려 하는 걸겨우내 막아서며 네게 건넨다오늘 하늘은 맑음. 네 입가에 뜬 구름 한 점도

시인의 시선 2025. 3. 3. 22:58

감기약

감기약

자그마한 두통과 미열에도환절기에 늘상 걸리는 감기라며보통의 약을 조금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계절 사이를 건너는 시간보다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사이를건너는 날에 더 감기가 잦았다사람을 구원으로 삼았던 시절이름 없는 계절들이 빠르게 지나가서통증은 또 하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구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처방전을 받고곧바로 약국을 향해 뛰었다진통제 없는 감기약을 삼키고 달리고 달렸다또 감기에 걸렸냐며 식은땀을 닦아주는너는 구원이 아니면 내게 무엇일까감기약을 쥔 손을 감추며 네게 아프다고 말한다

시인의 시선 2025. 2. 26. 01:37

생일초

생일초

조금은 힘을 주어 불어야 합니다하나의 작은 촛불을 끄는 건큰 불을 피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빛의 회상에 하염없이 빠져들면나를 지탱해주는 케이크가 무너질 수 있기에적당한 순간에 잘 이별해야 합니다하나둘 부는 바람이 늘어날수록촛불의 유서를 기억해야만 합니다이 빛은 누구의 기도일까요잘 태어났는지 잘 살고 있는지위태롭게 타는 촛불이 묻습니다대답을 하지 못한 채 바람이 다녀갑니다어느샌가 생일초는 축하가 되지 못하고더 이상 불빛이 되지 않는 이들이 촛농처럼슬며시 뜨겁게 제게 다가옵니다너는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는지나는 나에게 따스한 빛이 될 수 있는지화려한 케이크에 꽂힌 촛불이 나를 태웁니다

시인의 시선 2025. 2. 2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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