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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 : 글 "689"개

교차 횡단보도

교차 횡단보도

일제히 신호등이 초록눈빛을 켠다너는 건너편에서부터 나를 지나칠 것이다수많은 인파속에 묻혀 휩쓸리듯 갈 것이다그럼에도 나는 너를 온전히 볼 수 있다검정색과 흰색으로 끔벅이는 도로의 혈관위급하다며 분주한 초록빛 눈동자교차로 한가운데 어디쯤 마주칠 것이다성큼성큼 건너는 네 걸음에 나는 멈춰 선다충돌하지 않으려면 더뎌야 한다너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나는 그곳으로 발을 돌리지 않는다그대로 그렇게 지나쳐 건너가는 것이다건넜던 길의 적신호는 무척이나 길다너는 그대로 다음 신호를 기다릴 것이다나도 다른 신호를 찾아 가야만 할 것이다

시인의 시선 2025. 3. 19. 23:25

별별

별별

별은 그래서 별인가 봅니다별일이 다 있다고 합니다당신과의 모든 순간들이 그랬습니다별이 뜬다하지 않고 떴다고 합니다칠흑의 밤을 언제나 비춰주니까요별이 내린다고 합니다어떤 날들은 마음속에 떴지요별 헤는 밤이 잧았습니다깊이 들어간 날엔 별자리를 그려그 품에서 잠을 잤습니다별꼴이었을지도 모릅니다밤낮 가리지않고 별만 쫒았으니요별이 지고 있습니다지구에 박혀 자라던 별들까지도그럼에도 여전히 푸른밤 한가운데덩그러니 별이 떴습니다그래서 별을 노래하나 봅니다

시인의 시선 2025. 3. 19. 07:40

구름나무

구름나무

낙엽이 겨울길을 달린다앙상한 가로수길을 걸을 때바람은 시간의 여백을 채집한다스치우는 바람의 손이 넓다빈 나뭇가지에 구름이 돋았다너는 날렵한 팔에 붙잡힌 것이냐날이 선 어깨를 품어주는 것이냐걸음을 멈춰 나무에 피는구름의 개화를 응원한다바람이 구름꽃을 훔치려 한다바람이 이끄는 길을 걸으면당신이 있던 곳이다그곳에서 나는 어김없이낙엽보다 느리게 걷는다

시인의 시선 2025. 3. 18. 18:37

물집

물집

내내 길을 걸었습니다바람이 춥지않고 시렸습니다손을 넣은 주머니가 너무 깊었습니다가득 넣었던 것들이 잡히지 않습니다구멍 난 주머니였을지도 모릅니다자꾸만 신발끈이 풀렸습니다매듭을 짓는 법을 몰라 자주 넘어집니다헐렁한 맨발로 가야만 합니다옷깃만 스쳤는데 너무 아팠습니다잘 가리라고 옷을 입는 것인데마음은 맹목적으로 발가벗습니다부드러운 옷감에도 상처를 입었습니다어찌해야 할지 몰라 걷고 있습니다어디로든 가야 할 것입니다끝끝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인의 시선 2025. 3. 17. 23:31

정리정돈

정리정돈

불 꺼진 태양이 오후 두시에가슴에 볼링공처럼 떨어진 느낌별들을 끌어안은 달이 새벽 두시에가로등보다 낮게 심장에 추락한 기분망상으로 들떠 날았던 마음에게무거운 추궁으로 짓누르는 시간왜 하늘을 보며 날았냐고 물으면뛰었던 것이라고 변명을 해보고구름이 무슨 모양이었는지 물으면당신은 아니었다고 외면해보고별일 아니었겠다며 지나가는 당신나는 그 뒤로도 열곱절 무거운 마음에일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묻혀있다모질게 모르는 척하는 당신에게 묻지 않으려구태여 헛된 마음을 지닌 나에게 추궁합니다그래야 내려놓을 수 있겠습니다왜 그랬습니까, 왜 그랬어야 했습니까왜 그 길로 가야합니까, 왜 왜 왜어쩌다, 하필, 기어코, 결국어차피, 이젠, 이렇게, 단지마음과 마음을 잇는 말들이 무겁습니다

시인의 시선 2025. 3. 15. 23:55

무결점

무결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다구십도로 깍듯이 올려봐야 한다그래야 지상의 모서리들이 보이지 않는다결점이 없다는 게 이리도 자유로울 수 있다니개미 같은 크기의 비행기가 저 멀리서곧은 비행운을 그리며 길을 내고 있다솜털 구름 한가닥조차도 막을 수 없는 길무한하다는 건 자유롭다는 거겠지자유롭다는 건 용기있다는 거겠지용기있다는 건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거겠지무채색의 노을이 비행기를 삼킬 무렵보름달이 하늘에 구멍을 내어 빛을 심는다저 빛은 아름다운 결점이다고독이 자유를 누르며 그리움을 찍어낸다무결한 하늘로 달아나야 한다

시인의 시선 2025. 3. 13. 19:07

다한증

다한증

다한증으로 한의원에 방문했다불편하게 태어난 줄 알았는데아픈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라 한다의사는 아프지 말라고 한다숙면을 취하고 잘 쉬어야 한다고 한다심하면 항우울제를 처방해준다고 한다침을 맞으니 눈물이 났다찌른 자국이 아프지 않았으나틈새로 밀어넣은 슬픔이 쏟아졌다한겨울에 여름 햇살이 찾아왔다땀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날땀도 눈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어떤 약도 처방 받지 않았다진료실을 나갈 때 아프지 말라는 의사의 말에짙은 여름과 장마가 찾아온다

시인의 시선 2025. 3. 11. 08:01

산책길

산책길

그저 한없이 걸었다. 걸어야만 했다걸음은 어디로 가든 나아가는 것일 테니까네게로 가던 길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되뇌이며 걸어도 알 수 없어 계속 걸었다너의 축 쳐진 어깨는 가장 넘기 힘든 언덕이다너를 위해 내 아픔을 뒤로 한채 오르는 산이 된다오늘 밤도 네 아픔을 몰래 끄적이는데달이 두개가 떠오른 것 같아 잠 못이루는 밤너의 가장 여린 구석을 제일 사랑한 내가더 이상 너의 위로가 되지 못할 때목적지 없는 순례길을 걸어야 했지(걸어가고 있지)흐릿한 골목길 고독한 빈 바구니 속에겨우내 놓아보는 것이니 오래오래 그곳에 있기를바라고 바라다보면 하나인 것이 아픈 내가 있네

시인의 시선 2025. 3. 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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