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닿는 곳마다꽃을 심는 마음이었을당신의 숲을 걷고 있다봄을 부르는 연두빛 마음과강렬히 키워낸 녹진한 여름의 꿈으로잘 익은 열매 가득한 당신의 나날들그렇게 겨울에도 지지않던 청록의 숲유난히 푸른 초록빛으로나는 더 나은 길을 걷고 있다더 멀리 씨앗을 뿌리며나아가려 하는 당신이 있다어떤 나라는 사계절이 봄이라던데그대는 그곳에 가려나보다당신의 초록빛이 흐드러진다덕분에 나는 춥지 않을 수 있었다당신의 앞길에 나무를 심어주려 한다언제든 기대고 쉬어갈 수 있도륵그대의 숲이 더 푸르길 기도한다
사월은 소나기처럼 바삐 지나가고마지막 벚꽃잎 떨어지는 걸 못보고절반쯤 눈에 담아두어 간직하면어린 여름이 초록빛 치마를 드리워 훔친다사월은 시작이 더디고 끝이 날렵한 시간오월은 벌써 매미가 울려고 한다아직 선명한 분홍빛을 띄는 벚꽃잎을손에 쥐고 내안의 장마를 피하고 있다야속하게 열매가 미성숙한 여름바다를 흉내낸다오월은 불완전하게 이어나가는 시간벚꽃을 놓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이른 낮에 일어나는 이에게청록빛 바람 향기가 스친 옷깃은문을 열고 나가려는 이의 안녕이다사월과 오월 사이에 멈춰 서 있다뜨거운 햇살에 찬비가 섞여 내릴 때벚꽃잎이 가지말라며 바닥에 드러누운 시간
한 숨으로 두 사람이 산다되어 있는(버린) 나와 되고 싶은 나되어 있지만 비완성형 인간되고 싶은 건 완성보다 완벽의 인간하나의 심장은 가끔 벅차게 뛴다걸음이 뜀보다 보폭이 커 달려야 한다사람이 자주 기울며 걸어가서삶이 되면 두 사람이 뛰어온다넘어지지 않으려 발을 묶어 세 발로 간다한 평생을 두 마음이 살 수 있다되고 싶은 마음은 숙제가 많고되어 있는 마음은 놀거리가 많아숙제는 늘 벼락치기로 푸는 삶될 사람은 되고 싶은 사람일까될 사람은 되어 버린 사람의 손을 볼까두 사람이 나를 본다두 사람이 보는 나는 이곳에 없다아니 없어야만 한다한 사람이 되기위해 두 사람이격렬히 치고 받고 싸운다응원하고 있다 누가 됐든 이기면숨이 가쁘지 않을 것 같다
세탁을 한 옷들을 탈탈 털지않고그대로 건조대에 널어 말렸다처음엔 섬유유연제의 향이 좋았다코끝을 향해 들어오는 향긋함이나를 환기시켜주는 듯하다털어내지 않아서 군데군데 옷에 남은세제가 몸을 간질거리며 괴롭힌다향기는 이미 몸냄새와 희뿌연 먼지로생명력을 다한지 오래된 시간이다세탁기는 멀쩡한데내가 아직 털어내지 못한 것이 있나요옷감 안쪽에 소리없이 기생하며지워지지 않은 얼룩같은 것이겠지잊어보겠다고 더 깊숙이 감춘 그리움발설하지 않겠다며 일기에 쓴 고백보지 않겠다는 일념이 각인시킨 고독같은 거겠지 멀쩡한 세탁기도 사람도쉽게 지울 수 없는 그런 깊고 느린 자국
우리 몸에 꼬리뼈가 존재하는 이유는태초에 꼬리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않기 위함이다깊이 우는 자는 꼬리가 길게 밟혀멸망하는 시대에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함께 꼬리를 엮어 견디는 자들은더욱 서로를 끌어안고서 최후를 사랑했을 것이다현대의 우린 살아있자고 슬픔을 감춘다꼬리뼈가 퇴화된 만큼 그림자를 늘어뜨리고서환한 낮일수록 슬픔을 드리우면서꼬리보다 낮은 곳으로, 바닥에 누워서로의 그림자가 더욱 짙은 유대를 할때덜 슬픔으로써 함께 종말을 꿈꿀 것이다살아있다는 것이 울 수 있는 이유가 되는데꼬리뼈가 욱씬거리며 사랑을 찾고 있는데어찌 아픔을 각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매일 그릇에 밥을 푸고 먹고 비우는 일도옷을 입고 하루를 보내고 벗는 일도 안녕이다그런데 다가오는 당신과의 안녕은 왜 종말 같은지대체로 작별은 기울어진 저울처럼 이별 같아서떠나는 이는 보내는 이보다 가볍고남겨진 이는 여백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 생긴다영영 당신이 내려오지 않는 시소를 함께 타고 있다힘껏 도약해도 반대로 기울지 못한다내가 그토록 네게 가벼울 수 있거나네가 너무나도 내게 눌러앉았거나재미없다 다른 거 타러 가자놀이터를 빙빙 돌며 헤매다그네를 탄다 뒤에서 밀어주는 이 없이미끄럼틀을 탄다 밑바닥이 보이지않는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당신이 손을 흔들며 집에 가고 있다뒤집어진 세상에서 흔드는나의 손은 안녕이 되지 못한다잘 보내는 것은 잘 남겨지는 것이겠지놀이공원은 문을 닫는 시간이 있는데우리의 놀이터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