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엔 많은 절벽과 섬들이 있어모퉁이와 모서리들이 험난했는데차가운 몸을 덮은 이불에 펼쳐진굴곡진 산맥들은 아늑합니다우뚝 솟은 무릎 너머엔 초원일까요앞으로 몇번의 굽은 몸들을 넘을 수 있는지시선은 산맥을 올라가는데심장은 무릎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솜이불은 너무나도 많은 양들의 꿈 같아서잠에 들면 침묵하는 늑대가 걸어옵니다초원에 엎드린 나의 무릎엔 깊은 이빨 자국깨어나면 걷어찬 이불에 시린 무릎무릎 너머에 녹지않은 설원이 있습니다약간의 온기로 정상을 늑대의 부름을 쓰다듬으며새벽보다 깊은 기도로 다시 일어납니다이불을 개고 심장을 다독이며 무릎으로 갑니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무선 공책에 목끝의 맺힌 말들로징검다리를 놓아 건너는 일이다어리숙하게 놓여 삐뚤어진 구절들사이로 흘러넘치는 급류에 빠지지 않으려무색한 당신의 한마디에 밑줄을 긋는다홍수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낮은 돌들이 잠겨 위태로운 날에도몇마디의 밑줄을 걸으며 가고 있다그렇게 당신의 모든 말들에무성해진 밑줄이 마침표가 없는바다로 길을 안내하면뭉툭한 연필로 별을 그린다밑줄 위로 뜬 별이 당신 눈에 빛날 때그 아래로 줄을 내려주길 바라곤 한다별을 잡고 날아올라 당신의 안녕과나의 고백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
한쪽씩 이어폰을 나눠 끼고듣던 노래의 끝이 다가온다나는 미리 다음 곡을 들을 준비를 하려끝나기도 전에 다음 재생 버튼을 만지작거렸다그런 내 손을 잡으며 먼 곳을 응시하던 네가눈을 감고 나지막히 속삭였다조금 더 이 끝을 함께 듣자눈을 감고 광활한 고요의 바다를 걷는다노래는 끝나고 몇초가 지난 뒤다음 노래가 이어서 들리기 시작했다너는 아직 해변가를 걷는 듯 했다나는 너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 매달렸고너는 지금이 남긴 여운을 나와 더 걷고 싶어했었다희도야, 나는 지금도 이 여운속에서 네 목소리를 들어파도가 잠을 자면 나도 이 바다를 나올 수 있을까잠식된 해변에 네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아걸음의 끝자락에 모래성을 지을거야처음부터 다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