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우린 먹음으로서 태어나고 있는 거에요

점심은 그렇게 생명들이 내게로 오는 시간
숨을 쉬는 모든 존재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먹고 자라며 어떤 것이 되고
어떤 것을 잘 받아들이는 건 나의 몫

젓가락에 집히는 숨을 잘 포개어
입안에 넣다보면 뱃속에 바람이 분다

잘먹어야 한다는 말이 잘살아야 한다는
다짐이 되곤 해서 성대한 의식을 치르는 일처럼
도시락을 준비해 먹는다

작은 도시락통에 잘 담고 싶은 무엇들
그 무엇들이 나를 일으켜세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도시락에 남는 건
바람이 가져다준 물음들

무엇으로 태어날 것이며
무엇으로 살아갈 것이며
무엇으로 남겨질 것인지

728x90
반응형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토록 요란한 고요  (0) 2025.04.05
보이지 않는 맛  (0) 2025.04.04
십자가  (0) 2025.04.02
거울 파편  (0) 2025.04.02
동면  (0) 2025.03.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