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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먹음으로서 태어나고 있는 거에요
점심은 그렇게 생명들이 내게로 오는 시간
숨을 쉬는 모든 존재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먹고 자라며 어떤 것이 되고
어떤 것을 잘 받아들이는 건 나의 몫
젓가락에 집히는 숨을 잘 포개어
입안에 넣다보면 뱃속에 바람이 분다
잘먹어야 한다는 말이 잘살아야 한다는
다짐이 되곤 해서 성대한 의식을 치르는 일처럼
도시락을 준비해 먹는다
작은 도시락통에 잘 담고 싶은 무엇들
그 무엇들이 나를 일으켜세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도시락에 남는 건
바람이 가져다준 물음들
무엇으로 태어날 것이며
무엇으로 살아갈 것이며
무엇으로 남겨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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