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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화분이 놓인 골목
좁은 길을 걷는 이에게
거리낌 없이 내어주는 틈
무엇이든 심어도 좋을 여백

때는 홀로 빈집이 되어
기약없는 초인종에 기대는 날
굳건한 문을 열고 화분 앞으로 갔다

행복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으며
괜찮다는 것의 의미를 더듬어보며

화분에 이름 모를 씨앗을 심고
아주 적당한 소금이 물든
눈가의 파도를 한 모금 주었다

햇빛이 잘 반겨주는 곳으로
화분을 옮기고 꽃이 아닐 수 있는
네게 꽃말을 쥐어주고 온다

괜찮을 수 있는 행복

누구든 언제든 무엇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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