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견뎌낸 하루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시간을 받아들여 불씨를 태워 주홍빛 불꽂이 되어가는데 나는 잿더미속으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청조한 가을을 부정하는 초록 단풍 누군가는 나를 청개구리 같다 합니다 그런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펄쩍 뜁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도 다 품지 못했으므로 내일을 맞이하기엔 나는 아직 서투릅니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시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일까요 버텨내는 것이 아닌 잘 먹는 삶이고 싶어요 청춘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요 겨울이 와도 푸를 것 같습니다 눈꽃이 뿌리 내려도 아프지 않겠습니다 붉은 세상속에서 푸름은 외롭습니다 물들고 싶지 않은 시간이 너무나도 깊습니다
흰구름이 푹 꺼져 내려앉았습니다 철새들이 지나간 비행운을 이불 삼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으면 구름 저편의 그리운 사람이 멀리 서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침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익숙한 꿈속으로 데려가면 그 사람이 살포시 목발을 쥐어줍니다 깨어나면 잠시나마 곧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우거진 풀숲을 헤매는 악몽속에서도 그대가 목발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씨앗이 꿈꾸는 햇살을 볼 수 있습니다 새우잠을 자는 순간에도 두손 모아 웅크리면 당신의 메아리가 고래 울음이 되어 아련히 잊혀진 우주에 퍼져 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