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가장 살고 싶은 날이라는 것을 압니다그럼 매일이 죽어야 하는 날이었을까요검은 종이에 연필로 나를 쓰고 있습니다나를 써낸 오늘이지만 나는 보이지 않습니다지우개로 지우면 뒤틀린 내가 흩어집니다지워내지 않으면 나는 살아있지 않습니다나를 버리는 건, 버려야 하는 건흩날리는 재를 부여잡아야 하는 일이 됩니다검은 밤은 평화롭고 하얀 낮은 참혹합니다흰 도화지에 번진 한점의 잉크는 얼룩이라 합니다얼룩진 나를 살려내려면 밤을 사랑해야 합니다밤을 사랑하기엔 별들은 너무 따갑고끌어안기엔 달빛은 무겁습니다나는 찬란한 흰 점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