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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따윈 관심도 없었지,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열심히 하는지.
받아쓰기 오십 점짜리 눈에 비치는
따분하기만 하던 세상이었다.

어느 날 아른거리는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에
몽당연필이 사각 거리며 잠든 내게 속삭였다.
눈을 비비며 뜨니 누나는 어김없이
지루한 세상에 앉아 있더라.

그런데 웬일인지 그때는 아주 강렬한 세상이
내게 다가와 작은 조명보다 뜨거운 불씨를 심었다.
뜨거운데 아프지 않았고 어른거린데 여운이 짙었지.
그 불씨가 지금 내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누나가 내게 따끔히 잔소리로 불을 짚인 게 아닌데
그때 내 마음은 왜 그리도 여운에 재가 되었는지.
지금의 난 이 못난 불을 끄지 못해 늘 안달이 난다.

그 어떤 햇빛보다도 멋지고 강렬하게 빛나던,
소리 없이 타오르던 어느 날, 당신의 뒷모습.
그리고 꺼지지 않는 불이 붙었던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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