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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그게 그렇게 싫었습니다.
새벽 네시가 되면 새벽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선 당신은 나를 깨우곤
목욕탕에 데려가 함께 목욕을 했습니다.
울면서 간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혼나면서 간 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곤 온탕에 들어가면 좋아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때의 새벽 목욕탕이
매일의 내 삶의 원동력이 될 줄은.
타지에서 홀로 지내온지 십 년이 넘었습니다.
이젠 한 해에 두세 번 새벽 목욕탕에 갑니다.
그리움에 혼자 새벽에 목욕탕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얼룩에 가려진 마음을 씻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과 난 몸을 씻었지만 추억을 머금고 왔었네요.
몸의 물기가 말라도 마음에 차오른 사랑은
언제나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내 눈가부터 적십니다.
다음 새벽엔 제가 먼저 당신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푸른 새벽이 묻었으니 밝은 아침으로 씻으러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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