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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괜찮을 수 있는 안녕을 했다. 아마도 괜찮은 건 당신이고 괜찮을 수 있고 괜찮아야 하는 건 나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힘겹게 얘기를 꺼낸 것이다. 끝끝내 이 결심이 후회가 될지, 미련이 될지, 다행이 될지 나에게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이유로 얘기를 하게 된 건지 생각하기 싫었다. 엎질러진 물을 잘 닦아내고 말리는 것만이 내가 잘 해야하는 일이 된 것이다. 어렴풋이 알았다는 당신의 말이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당신과 헤어지고 몰려온 혼자 맞이하는 새벽이 괜찮을 수 있냐고, 그 동안의 마음과 시간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위로는 모르겠지만 막연히 언젠가는 힘이 되지 않겠냐며 스스로에게 다그쳤던 밤이다. 먼 미래에는 그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몰래 반창고를 붙이며 천천히 아물고 있던 틈이 다시 벌어졌다. 그건 내가 얘기를 꺼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저질러버렸기에 당신에게 모든 걸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다 말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 당신에게 나의 지난날들을 털어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말하고 싶은 것들이 타고 남은 재처럼 남았다. 그건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것이자, 몰래 좋아했기에 당신이 봄을 걷는 날에도 나는 겨울이 길었다는 슬픔이다. 결국은 말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 될 것이다.

당신에게 약속했던 것은 여전히 앞으로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다. 당신의 미래와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비록 그것이 당신의 옆자리가 될 수 없어도 그게 오히려 잘된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 조금 아쉬운 건 그 꿈을 이제는 자주 옆에서 듣고 격려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거다.

많은 고민과 생각이 있었을 당신이 웃으며 내게 말을 해준 것이 한없이 고맙다. 이제와서 당시의 웃으며 얘기를 마무리한 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건 당신과 앞으로도 가끔 연락하고 볼 수 있을 안녕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조금은 위안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더는 매일 볼 수 없는 미래가 온다는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바를 나와 밤길을 걸으며 소소한 일상 얘기를 했던 것이 그토록 내가 바라던 당신과의 하루의 일부였다. 잠시나마 깨어있지만 꿈을 꾸는 듯 했다. 헤어지고 나서 돌아서서 본 풍경은 시간을 고무줄처럼 더디게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형언할 수 없는 새벽에도 여전히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덕분에 나 또한 조금은 더 밝은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우리가 약속한 안녕이자 미래니까.
사실 나는 아직 괜찮지 않다.

벌써부터 아무렇지 않기에는 당신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깊고 좋은 사람이자 고마운 사람으로 많은 세월들을 보냈다. 당신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주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꿈과 일에서 실패라는 단어를 붙여본 적이 없는 내가, 사랑에는 실패했다고 생각이 자리잡는 아픔이 자랐다.

제일 실패하고 싶지 않는 것. 이제는 실패하지 않게 진정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한 안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한 것이라 믿고 있다. 이제는 그 믿음이 확신이 되고, 앞으로도 서로가(사실은 내가) 지금처럼 웃으며 볼 수 있도록 내가 잘 해보아야 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 나를 기어코 살아가게 하는 글쓰기를 잠시 멈추기로 했다. 나의 글의 대부분은 당신이었으니까. 진정으로 괜찮아질 때까지 멈춰보기로 했다. 당신이 내게 끝까지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만큼 나 또한 기나긴 새벽을 벗어나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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