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순환의 힘을 믿습니다. 믿고 싶을 때가 많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오는 것. 꽃이 피면 지고 다시 피는 것.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순환한다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어떠한 종결의 의미보다 연결과 재생이라는 의미로서 살아가게 합니다.
당신에게 시작과 끝은 어떤 의미가 될까요. 저는 순환하면서 동시에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자리인 삶 보다는 다른 마음과 다른 풍경, 어쩌면 다르다는 건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새로움의 의미로서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저에게 끝이란 두렵고 무서움으로 다가와서, 맹목적으로 순환과 연결을 믿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알게 된지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시간은 누구보다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어서, 누구의 마음과 세상을 존중해주지 않고 자신만의 걸음을 걸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정직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꾸준히 그 길을 정직하게 걸어감으로써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저와의 4년이 넘는 시간들은 어떠했는지 요즘 무척 궁금했습니다. 하나 둘 주변 사람들이 꿈과 행복을 향해 떠나갔던, 떠나가고 있는 요즘, 아직 당신 뒤에 있는 저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 때가 언제인지 이제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 시작은 오래 전에 싹을 틔웠으니까요.
어떠한 의미가 되고 싶어 노력했던 시간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신이 원하는, 당신이 바라는, 당신이 좋아할 수 있는 의미가 되기 위해 제 자신의 의미를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사람이란 흑과 백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을 생각하면 저는 단편적이면서도 단순해졌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사람의 마음은 한평생을 우물을 파도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것처럼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당신에게 만큼은 직설적이면서도 거짓 없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곡선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곡선의 뒷면이 두려워서 직선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기나긴 시간동안 저는 어떻게든 당신에게 의미가 되었을까요. 궁금한 요즘입니다. 당신은 제가 삶의 작은 것까지도 하나하나 모두 의미를 둔다고 말합니다. 순환의 힘을 믿는 저이지만, 삶은 매 순간이 처음이라서, 의미를 두지 않으면 제가 사라지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힘겨운 일이 됩니다. 그래서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과 연결되는 모든 것들은 저에게 의미가 됩니다.
의미 없었던 순간이 없었습니다. 보지 못하는 날들엔 자주 당신을 그렸습니다. 손재주가 없어서 그리다가도 써내려 갔습니다. 써내려 가다가도 서투른 문장과 단어 때문에 마음 속에 불특정한 형태로 명확한 의미를 남겼습니다. 이 모든 건 대체로 당신에게 가지 못하고 오직 저 혼자만이 간직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불분명하고 흐릿한 추억들이 저에게는 뚜렷한 시간들이 많습니다. 당신에게 처음 시를 보여준 날, 생일선물을 주고 받던 날, 밥을 먹은 날, 산책하던 날, 눈물을 보인 날, 기억하지 못한 시간들이 없습니다.
그 동안 제가 힘들었던 날들은 대체로 일이나 어떤 것들보다 당신에게 저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 것 같은 순간들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보여준다는 건, 그때부터는 오로지 제 것만이 아닌 일부는 당신의 것이 되어버리곤 해서, 자주 서투르고 머뭇거렷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게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그런 제 마음이 보여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회하지 않는 제가 자주 후회하는 사람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표현을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가슴 아팠던 건, 그 용기내었던 순간들에 대해 당신의 말이 저에게 오는 걸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에게 미안했습니다.
당신을 향한 미안함은 이내 제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 되곤 해서, 아무도 몰래 스스로 마음을 거두는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시간들이 온전히 저의 것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당신은 마음고생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긴 시간 동안 이 마음에 대해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했다는 마음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는 확고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아프다는 것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더 괜찮을 수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 놓기로 결심을 했던 건 저와 당신이, 특히나 저보다 더 당신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저의 이러한 마음으로 인해 불편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응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가 더 봐왔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저는 이제는 진정으로 당신을 응원할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힘들어도 당신이 웃으며 좋아 보일 때면 마음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평안한 안녕에 저도 괜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저로서 당신의 작은 말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저를 심연까지 내려놓지 않을 수 있는 큰 위로와 힘이었습니다. 가끔, 아니 자주 누군가에게 표현할 수 없는 밤이 찾아올 때면 몇 번이고 찾아 꺼내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찾아 읽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 만큼 저에게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당신은 저에게 지지 않는 별이 될 것 같습니다. 먹구름이 끼고 달빛이 너무 환해서 가끔 별이 보이지 않더라도 당신의 별은 늘 그곳에 있다는 것을 믿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몇십억 광년의 거리에서 빛나는 당신일지라도 당신을 향한 저의 응원과 격려의 주파수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당신을 괜찮은 마음과 정신으로 볼 수 있기를 원하는 저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덤덤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어떤 표현을 해도 당신 덕분에 제가 살아온 날들의 감사함을 다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때는 당신이 제 전부인 것처럼 아픈 날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저의 사랑에 대한 미숙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을 긴 시간동안 좋아할 수 있었기에, 당신으로 채웠떤 제 자신을 새롭게 비울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워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공허함이 아렸습니다. 몇날 며칠이 지나면서 그 공허함을 깊숙이 들여다 볼수록 알 수 있었던 건, 비로소 그 빈 껍데기에 온전히 저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채워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당신을 좋아했었기에 저는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나은 사람이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만약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돌아볼지 모르겠습니다.
이 길이 맞다면, 이 길이 당신이 괜찮을 수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소식을 공유하면서 볼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면, 저는 괜찮아지며 걸어가려고 합니다. 어떤 길을 걷던, 당신 덕분에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기에 앞으로도 힘이 겨울 때나, 따뜻함이 필요할 때 별을 그리는 마음을 앉고 걸어가겠습니다.
시린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어요. 당신은 벌써 새로운 따스함과 함께 봄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저 또한, 봄의 따스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빈 곳을 채우며 저라는 꽃을, 나무를 피워내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손을 들게요.
당신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듯이, 저에게는 도망쳐 도달하고 싶은 낙원이겠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의 낙원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낙원을 가꿀 수 있도록 안녕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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