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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았다
맨발로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걸을 뿐이다
눈이 내리면 목도리도 매지 않았다
맨손으로 눈사람의 심장을 만들 뿐이다

단지 그 뿐이다
뭐라도 이해해보려면 다가가는 것
기꺼이 젖고 추움으로써 받아들이는 것
감기가 들면 내 안에 당신이 있는 것이겠지

한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장마와 폭설이 다녀갔다
알 수 없을 것 같은 때엔 춥지 않았다
알 것 같은 때엔 여지없이 오한이 들었다

팔월의 비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십이월의 눈으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 모든 게 당신을 알고 싶을 때였네
진눈깨비 내리는 날은 당신에게 가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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