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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에 희미한 얼룩이 묻었습니다
갖은 방법으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은 찍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눈으로 세상을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얼룩은 당신의 그림자 같아서
빛이 있는 곳이면 모든 것이 당신의 희미함이었습니다
불분명한 얼룩의 품이 따뜻해 자주 들어갔습니다
당신이 내 눈동자 같을 때도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맺히는 것이라 생각하던 세상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가슴에 맺힐 수도 있어서
자주 눈을 감고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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