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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가로등에 의지한 채
버려진 낡은 시집에 눈을 떼지 못하는
폐지를 줍는 노인이 있다

무엇이었을까
노인의 희끄무레한 떨림을 일깨운 것은
쉼표도 찍지 못한 가슴속 한 구절은

폐지에 적힌 유통기한이 아프게 흐른다
정갈하게 접힌 박스에 앉은 백발의 시인이
노래하고 싶었던 삶은 얼마나 접혀 있을까

마침표를 찍지 못한 나의 오늘도
폐지가 되어 골목길 사이를 걸어가는데
노인이여, 나도 가로등 빛으로 읽어줄 수 있나요

다음 골목길의 폐지가 쌓인 전봇대에
나를 휘갈겨 쓴 몇마디의 시를 붙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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