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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기 전 당신을 향해
가벼운 비석 하나를 세웠습니다
어떤 말도 새기지 않았습니다
굳건한 기도를 올린 후
한숨 한 번에 날리고 싶었거든요
사랑했다는 말도
좋아했다는 말도
이 기도엔 사치스러운 것 같습니다
당신은 몰랐을 것이기에
아니, 이제는 몰라야 하기에
그래야 가벼워질 수 있어서죠
입김 한 번에 비석이 제법 잘 떠나갑니다
그만큼 당신에겐 무엇도 아니었을까
비석이 내려앉기 전에 일어나 보겠습니다
가끔 그리울 때면 기도하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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