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고독이 한움큼 새벽을 파먹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기억의 무덤에서 너를 꺼낸다

분명히 너를 숨쉴 틈도 없는 구렁텅이로
묻어 조작된 기억에서 죽였는데

진실된 묘비가 세워지기도 전에
도망이라도 친듯 불현듯 네가 찾아온다

너는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무덤을 파헤친 도굴꾼이 벌을 받는듯이
예리한 기억의 편린이 가슴을 찌른다

아프다. 왜 하필 고독이 찾아올 때
초대받지 않은 네가 걸어오는지

외로움의 끄트머리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쓰라린 네 뒷모습을
훔쳐본 뒤 아득히 도망친다

무덤에 나 자신마저 묻어버린
죄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죄목은 네 이름으로 빚은 사랑이 되고

728x90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끄러운 일기  (0) 2022.09.18
위성의 사랑  (0) 2022.09.17
거짓말의 밤  (0) 2022.09.12
청춘이 지난 뒤에 난 사라질 것 같아  (0) 2022.09.12
짙은 무취  (0) 2022.09.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