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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의 발길이 끊긴
새빨간 낡은 우체통으로
받는 이가 없는 편지를 부친다

이 편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는 가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은 다시 내게 왔으면 한다

누군가를 위한 시와 편지는
쉽게 사랑과 희망으로 쓰이지만
나를 위한 글은 쉽사리 쓰이지 못한다

아마 형형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단어와 문장들로 태어나지 못하고
한숨의 연기로 날아가기 때문이겠지

우체부가 우체통을 열어볼 날이 있을까
이 편지는 언젠가 내게 다시 반송이 될까
그땐 나를 위한 시가 쓰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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