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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컬러링북을 샀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그림들을 보는
꽉 차게 텅 비어버린 내가 있다

크레파스를 들어 빈 곳을 채워 넣는다
듬성듬성 서툴게 빈 마음을 색칠해 본다
휘황찬란한 색들로 가득 채워지며
화려하게 드러나는 나라는 모순, 부정, 허물

그래, 이건 나의 색이 아니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색칠하고 싶은 것으로
다시 나를 칠해보고 싶어졌다
비록 그것이 볼품없는 작품이 될지라도

컬러링북엔 내가 없다
그 어느 책에도 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미련한 색칠이 언젠가
전에 없던 나를 그려주길 바라며
아직 텅 빈 컬러링북의 그림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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