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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푸르른 잎이 무성한 숲이었다고 한다
잎사귀 사이로 풍성한 열매와 꽃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런 이곳도 비가 내려도 가뭄은 막을 수 없었나 보다
짙은 흙바닥이 고운 모래가 되면서 하나둘 멀어져 가고
빈자리엔 말라붙은 뿌리가 앙상히 자릴 지키고 있다
그 와중에 듬성듬성 자라난 선인장들에게 물어본다
너의 잎은 본래 가시였었는지, 널찍한 잎사귀는 아니었는지
누구를, 무엇을 향해 짧은 가지를 뻗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너의 뿌리는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너의 꽃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심코 어루만지는 선인장의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내게 미안하다 하지 않는 네가 무척이나 미웠다
날 아프게 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으려다 멈췄다
가시에 맺힌 핏방울이 그의 눈물처럼 보였기에
내가 널 아프게 한 건 아니었을까
선인장에 물을 주고 난 후 내 머리 위로 물을 주었다
어쩌면 나 또한 큰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힘겹게 순수한 마음에 뿌리내리고
보는 이 없어도 한결같이 꽃을 피워내지만
꽃이 꺾일까 봐 앙상한 가시로 몸을 감싸고 있다
선인장이 내게 묻는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자라나고 있는지
나의 가시에 맺힌 굳은 핏방울들은 누구인지
나는 태초에 꽃이었는지, 선인장이었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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