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x250
반응형


난 날의 울음
제가 세상에 나온 날, 그러니까 난 날에
사람들은 이유 없이 울었다고 생각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무엇을 알았겠습니까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하기까지 더 이상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슬프던, 기쁘던.
아마 울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때는 울지 말아야 하는 날이라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울어도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점점 어른이 되어 가면서 하나 둘 곁을 떠나지만
빈자리로 인해 곁에 있는 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나의 울음에 귀를 기울여 줍니다.
잘 살아왔는지,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난 날에 날 울게 하는 이들이 있어서
울 수 있다는, 울어도 된다는 사실은 압니다.
나의 첫 울음과 지금의 울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태초에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난 날에 나의 울음을 들어줘서 감사합니다.
728x90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굴레 (0) | 2022.02.24 |
---|---|
끝눈에 피는 눈꽃 (0) | 2022.02.24 |
액자 속 조각 (0) | 2022.02.22 |
받아쓰기 (0) | 2022.02.17 |
청과 (0) | 2022.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