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훔쳐 달아난 사람 언제부턴가 당신을 볼 때면 제게는 그런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황혼이 물드는 공원에서 분홍빛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당신은 마치 노을을 머금은 여행자 같습니다 당신이 그만큼 빛나기 때문일 겁니다 때로는 당신의 자전거는 외발자전거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만큼 행복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서툴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곡예가 되어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청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청춘이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외발자전거라고 말하겠습니다
눈을 뜨면 수많은 인파보다 광활한 논밭과 풀들을 보며 자라왔지 심고 가꾸면 돌아오는 그곳에서 우리들은 땅에, 마음에 꿈을 심었다 잦은 풍파가 우릴 지나갔지 그럼에도 너를 보면 푸른 새싹의 깊은 뿌리를 본다 네 꿈은 무엇을 먹고 자란걸까 우린 지금 꽃을 피웠을까 우린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어쩌면 가을이 오지 않았으면 해 그럼 계속 꿈을 꿀 수 있을테니 이제 꿈과 함께 행복도 키우자 행복도 아낌없이 가꾸자 언제 결실을 맺어 수확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의 경작을 멈추지 말자
추위가 잠에 들고 사월의 온기가 깨어난다 하나둘 외투를 벗고 여린 사랑을 입는다 길거리가 분홍빛 설렘을 소리 없이 틔운다 너는 벚꽃을 보며 팝콘이 열렸다고 말했지 우린 누군가 봄을 훔쳐먹을 것처럼 서둘러 분홍빛 팝콘 더미 사이로 뛰어나갔다 우리 것도 아닌데, 마치 우릴 위해 핀 것처럼 무슨 맛일지 고개를 들어 먹는 시늉을 한다 떨어지는 팝콘 하나가 우리 사이로 내려 않는다 주워든 팝콘을 건네며 지지 않을 약속을 한다 벚꽃이 져도 우리는 팝콘처럼 사랑하기로
나는 어디서나 피어나지 않아요 흙과 햇살, 비로 자라나지 않죠 아름다운 마음으로 피워주세요 나는 투명한 마음이 피운 유리 꽃 가시는 없지만 꽃잎을 조심해주세요 깨진 마음은 가시보다 날카로워요 향기는 나지 않지만 머금을 수 있어요 내게 향긋하게 다가와 주실 수 있나요 그대 내게 꽃말을 지어줄 수 있나요 사랑으로 속삭여주면 맑은 꽃잎들이 물들어 머금은 향기와 함께 피어날게요 유리 꽃잎에 비춰 맺히는 당신과 나의 사랑, 젊음, 그리움,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