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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간직한 모든 눈을 쏟아내는 걸까

폭설에 깊숙이 찍히는 마음은 금세 덮인다
누구도 다녀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수없이 문을 두드린 당신이 있다는 걸 안다)

쌓이면 쌓일수록 눈사람은 비대해져
선명하게 당신을 닮아가네
이를테면 더 이상 나뭇가지가 팔을 대신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둘러준 목도리가 목을 휘감을 수 없을 정도로

이른 봄 개나리의 어깨에 핀 눈꽃은
아직 털어내지 못한 당신의 안녕 같아
만년설은 쓰다 만 편지에 쌓인 지우개 가루
산사태에 파묻히면 얼어붙은 고백이 말을 건다

문득 궁금해버렸지 난
설산의 정상을 다 오르내리면
당신을 다 헤아릴 수 있는 것인지

여름빛깔에 잠시 희미해지던 사람아
구태여 끝끝내 살아남는 사랑아

모든 걸 쏟아부어도 다 내리지 못하는
겨울산속을 무던히도 걷고 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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