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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몇 겹의 파도를 두른 고등어를
뜨거운 노을에 구우신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향은 얄밉게 좋다

사는 건 왜이렇게 힘이 들까요

고등어가 뻐끔 거린다
나는 쇠젓가락으로 고등어의
푸른 등을 쓰다듬는다

말 없이 아버지는 생선 가시를 발라
가장 두툼한 살을 내 밥그릇에 놓으신다

머리가 제일 맛있는 법이다

아버지의 밥상에는 절벽같은 뼛조각만이 있다
억겁의 파도가 당신을 쓸고 지나갔을까

잘 발린 고등어는 가을 나무처럼 앙상한데
곧바로 바다를 힘차게 나아갈 것 같다

식사가 끝난 밥상 위 고등어는 여전히 푸르다
집밖으로 나서 마른 우물을 들여다본다
나의 등에도 파도가 몰려온다

파도를 탈 일만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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