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어제도 올랐고 오늘도 오르는
계단은 손을 짚지 않아도 넘는 담
넘는 건 올라가 다음을 보는 일

다음은 또 다음이 되고
여기는 저기가 되었다가 다시 여기가 되고
머물다는 지나간다의 그림자

계단은 딱 발자국 만큼 평지를 내어주어
올라가는 일이 더 불안하지 않고
몇걸음 내리막길을 걸어도 슬프지 않을 수 있다

활짝 가슴을 펴 날아오르는 새의 품이 드넓다
새에게도 계단이 있을까
높이 날아가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요

새의 부리가 예리하게 바람을 자른다
반듯하게 재단된 바람이 날개옷을 입힌다
더 높이 비행하는 새의 하늘은 평원이 된다

깃털 몇개가 담벼락 앞에 선 내 앞에 내려앉는다
고대 유물처럼 바랜 날개뼈에 깃털을 꽂는다
팔을 벌리고 가슴을 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날아오른다   날아간다   날고 있다   날 수 있다
가로막던 담벼락을 넘어간다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른다

728x90
반응형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집  (1) 2025.07.05
쇄도  (0) 2025.06.25
인센스  (0) 2025.06.22
돌멩이  (0) 2025.06.21
바느질  (0) 2025.06.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