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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살이 박힌 손으로
얇은 종잇장을 넘겨
시간의 외투를 한꺼풀 벗긴다

어제와 오늘 사이는 별이 머문 틈새
오늘과 내일 사이는 백야에 핀 꿈
다음 달은 지난 달이 동경한 우주

찢긴 종잇장에 투박한 손이 베인다
생채기에 구름처럼 새살이 필 것이다
몇걸음 지나면 흉터는 달의 뒷면이다

달의 뒷면에 착륙하여 외로이
추락한 과거의 파편들을 주울 것이다
저 멀리 은하수에 물수제비를 뜰 것이다

그렇게 얇은 시간들은 우주선이 되기를
중력을 그리워하지말고 날아가기를
마지막 달력을 넘길 때 나는 몇억광년의 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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