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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이 푹 꺼져 내려앉았습니다
철새들이 지나간 비행운을 이불 삼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으면
구름 저편의 그리운 사람이 멀리 서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침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익숙한 꿈속으로 데려가면
그 사람이 살포시 목발을 쥐어줍니다
깨어나면 잠시나마 곧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우거진 풀숲을 헤매는 악몽속에서도
그대가 목발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씨앗이 꿈꾸는 햇살을 볼 수 있습니다

새우잠을 자는 순간에도 두손 모아 웅크리면
당신의 메아리가 고래 울음이 되어
아련히 잊혀진 우주에 퍼져 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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