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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혀끝까지 나오고야 만
말들을 껌처럼 씹으며 가둔다

너를 향한 마음이니 단맛이 나겠지만
오래 씹을수록 비겁하게 싱거워진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고백을
다행이라 여기며 껌종이를 찾는다

미세하게 감도는 향에 속아볼까
껌종이를 만지작거리며 혀를 굴려본다

종이에 네 이름을 나지막히 쓰고 불러보며
진득한 고백을 뱉어 겹겹이 싸고 버린다

불타는 저녁놀에 호수가 바닥을 보여도
껌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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