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늑대 한 마리가 슬금슬금 걸어온다
울타리 좁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와
순백의 어린 양을 물고 사라진다

울타리는 분명 견고한데
여기저기 낭자한 혈흔들

점점 사라지는 양의 울음소리
적막함이 문을 두드리자
피칠갑을 한 늑대가 들어온다

선명한 이빨 자국을 팔에 남기고
울타리를 벗어나 숲속으로 사라진다

눈을 뜨니 비릿한 양털을 두르고
숲 한가운데 서있는 내가 있었다

728x90

'시인의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감  (0) 2024.05.31
밤의 맛  (0) 2024.05.30
역행  (0) 2024.05.28
식곤증  (0) 2024.05.26
거북이의 잠  (0) 2024.0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