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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은 마치 죄를 짓고 벌을 받는 듯 했다.
딱히 어떤 방법도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누구에게도 발설할 수 없는 이 감정에
있는 힘껏 달아나보는 것이 전부였다.
마주하는 것이 용기라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무방비하게 우울에 잠식되어 깊은 늪에 빠지기만 했다.
언젠가 잠을 설쳐 피곤한 몸으로 일을 하러 갔을 때
몽유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차라리 깨어있지 않고 몽유병을 앓아 살아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해괴망측한 상상.
그렇지 않고서야 이 악몽같은 매일을 사는 것은
물을 마시고 취한 것 같은 거짓말 같은 세상이었으니.
행복이 꼭 남의 말처럼 들리는 요즘은
웃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사전에 검색을 해보곤 한다.
행복, 웃음, 희망, 상투적인 의미는 내게 그 무엇도 아닌.
열심히 산다는 게 꼭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이 느낌은
내가 잘못된 것이 맞다면 나를 고쳐주세요.
삶이란 한글자가 목에 걸린다. 묵직하고도 무미건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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