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선

파도의 손톱

화운(신준호) 2025. 2. 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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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손톱이 쉼없이 육지를 긁습니다

요란하게 모래알들을 할퀴고
부드럽게 젖은 것들을 감싸는 손톱

단단해진다는 건 손톱을 깎는 일
조개껍질처럼 시간을 견고히 쌓는 일

세상은 가려운 곳이 많은가 봅니다
아름다움은 긁히고 어루만지는 것일까요

나의 간질거림은 무엇일까요

내 손톱은 통증도 울음도 없이
나를 속이며 몰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각각으로 손끝에 쌓이는 시간으로
무심코 긁으면 붉은 해변을 만들고
가끔은, 아니 자주 여린 땅이 되곤 합니다

손톱을 다듬어야 하겠습니다
하얀 초승달을 손끝에 띄우는 마음으로
생채기가 아닌 별들을 수놓는 시간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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