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선

백야의 꽃

화운(신준호) 2025. 1. 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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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에 폭죽은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향기는 나더랍니다
투명하게 탄 꽃잎들을 주워 흔들면
반딧불이의 노래처럼 향긋하게 반짝입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미치지 못한 마음입니다
그것은 전해지지 못한 고백입니다
이듬해 은은히 밝혀질 진실입니다
언젠가 떠오를 동그란 그리움입니다

불발된 폭죽에 다시 불을 붙여 뜁니다
나는 수평으로 달리며 태어나는 별
그대는 수직으로 날아오르며 비추는 달
우리는 닿을 수 없는 우주를 밝힙니다

그런 그대가 이 밤, 별이 아릅답다 하기에
한사코 피우던 꽃의 가시가 너무 아팠습니다
환한 밤에 눈부시지 못한 꽃이 피었는데
당신이라고 제 향기를 부여잡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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