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선

문에서 문으로

화운(신준호) 2025. 1. 9. 07:51
반응형

문을 열었다. 그곳으로 들어갔다.
몇걸음 지나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문을 열고 나아가니 문이 나왔다.
계속 열고 열었지만 닫지는 않았다.

어떤 문은 열고 싶지 않았고
어떤 문은 닫아야만 했다.
지나온 문을 다시 걸어도
닫을 수 없는 문은 문턱이 높았다.

창문은 문이 되기엔 날개뼈가 아렸다.
닫은 문은 다시 열려면 무겁기도 했다.
미닫이문을 열어젖히던 때도 있었다.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모른 척하기도 했다.

닫는다는 것은 여는 것이다.
닫을 줄 알아야 열 수 있는 것이다.
문은 또 다른 문을 여는 것이다.
열려 있어야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