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선

절벽 끝에서

화운(신준호) 2024. 8. 1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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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발음한 사랑이
제게는 살아라고 들렸을 때
절벽 끝에서 꽃을 보았습니다

왜 제게 삶을 건네주었습니까

꽃은 피어나기를 주저하지 않고
풀은 일어서기를 망설이지 않는데
저는 햇살을 부정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제게도 사랑이었습니까

사랑은 절벽이 그리워하는 대지입니다
당신의 입술 끝에서 떨어져나간 속삭임은
파르르 떨며 시든 꽃에 생명을 부여합니다

사랑을 발음할 때 자꾸만 발에 채이는
마음은 저를 살게 하는 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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